세계 전자산업의 먹이사슬이 바뀌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대형 세트기업이 최대 포식자였다면 90년대 후반에는 부품으로, 이제는 소재기업으로 먹이사슬의 최정점이 이동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세트분야에서는 중국·인도 등의 도전이 거세지만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기업이 수익률과 시장점유율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트 경쟁력도 이곳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도 이제는 먹이사슬 최정점 고지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 분야 세계 1위다. 최근에는 적층세라믹콘덴서 분야에서 선진기업보다 초고용량 제품을 더 먼저 출시하면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LG화학은 편광판 세계 2위 기업이다. 수직계열화의 장점에다가 원천 소재 기술 개발 노력이 합쳐지면서 1위 고지도 이제는 먼 얘기가 아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단일기업으로는 LCD 유리 1위기업이다. 수익률은 코닝사의 다른 LCD 유리 기업은 물론이고 다른 경쟁사를 압도한다. 제일모직은 화섬에서 전자재료 분야로 전공을 전환하고 있다. 비록 일본 경쟁사보다는 늦게 방향을 전환했지만 삼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LG이노텍 역시 LG전자·LG필립스LCD 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2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LS산전은 국내 산전기업의 자존심이다. 자동화·전력기기 사업에서 RFID사업, 미래형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전력용 반도체 모듈사업 등 하이테크(high tech) 신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중견기업에서도 부품·소재 신화가 탄생하고 있다. 아모텍은 정전기 방지부품인 칩 배리스터에서는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서울반도체는 전 세계 어느 LED 기업도 출시하지 못한 교류구동(AC) LED인 ‘아크리치’를 출시했다. 지난해까지는 세계 8위였지만 연내 5위권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테크노세미켐은 국내 중견 소재기업의 자존심이다. 소재 유통부터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소재를 자체 생산하면서 3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PCB 종가인 대덕전자는 차세대 인쇄회로기판인 임베디드 PCB 분야의 선두 업체다. 커패시터·저항 등을 내장한 임베디드 PCB를 상용화했다. 모젬은 국내업체로는 드물게 모토로라·노키아에 휴대폰용 윈도 렌즈, 케이스 등 외장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부품회사다. 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한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바야흐로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거대 세트기업이 국내 부품·소재에게 구애를 해야 하는 시기가 머지않았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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