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T 가입자는 어디로?

 #1. 김씨는 LG텔레콤 가입자다. 얼마 전 휴대폰을 잃어버려 기기 변경을 하려고 대리점에 갔더니 리비전A라는 새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최신 단말기고 요금제도 그대로 쓰면 돼 잘됐다 싶어 그것으로 달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019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한단다. 이제까지 번호 때문에 이동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럴 거면 그냥 기존 번호 그대로 쓸 수 있는 SK텔레콤이나 KTF로 이동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2. 대학생 이씨는 얼마 전 리비전A로 단말기를 바꾸면서 010 번호를 새로 받았다. 그런데 친구 박씨는 같은 리비전A인데도 기존 번호 그대로 쓴다. 이유를 물어보니 박씨가 가입할 때만 해도 기존 번호로 쓸 수 있었는데 얼마 전에 010 의무 적용으로 바뀐 거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가입이나 할 것을 후회한다.

 

LG텔레콤이 11일 시작한 리비전A 서비스를 두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사례1처럼 LG텔레콤 가입자인데도 리비전A로는 기존 번호를 쓰지 못해 아예 다른 사업자로 옮겨 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번호세칙을 바꿀 때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번호를 쓸 수 있어 같은 리비전A 가입자인데도 할당 번호가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한다.

정보통신부가 리비전A에 010 번호를 의무적으로 할당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LG텔레콤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행정이라며 극렬 반발했다. 무엇보다 번호 때문에 기존 가입자를 빼앗길 개연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신위·규개위 등 앞으로 남은 절차에서 부당성을 알려내고 법률적 자문도 얻겠다는 생각이다. LG텔레콤은 번호통합 정책이 중요하다면 기존 1000만명이 넘는 EV-DO 가입자도 기기변경은 010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폈다. 그렇지 않으면 정통부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번호할당 기준은 환경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번호원칙이 바뀌려면 그에 합당한 원칙과 근거가 있어야 하며 사업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는 것이 기본인데 기술인지, 서비스인지 어떤 기준으로 원칙을 정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리비전A 서비스 도입을 이미 1년 전부터 결정했으며, 적어도 정통부가 설치 승인을 한 시점에는 식별 번호에 대한 기본 방침이 나왔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서비스 시점에 임박해 번호세칙을 바꾸면서까지 010으로 강행하려는 정부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LG텔레콤은 EVDO 가입자 모두 기기변경 시 번호를 010으로 이전하도록 할 것을 정통부에 거듭 촉구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EV-DO 서비스를 2002년에 시작했으며 번호통합 정책을 2004년에 시작한만큼 그부분에 대한 010 시행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단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1100만명 이상의 EV-DO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은 “리비전A의 번호 불똥이 기존 EV-DO 가입자에게까지 튀면 안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