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2)]지구촌 휘몰아칠 화끈한 `한류잔치` 자, 한판놀아보세

 ‘IT인프라·창의력·자본력이 파워 콘텐츠코리아의 원동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정보통신망과 PC 보급률을 ‘재미’와 결합시켜 히트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재미’를 앞세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향후 25년간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과 나란히, 또는 그 뒤를 이어갈 새 먹거리의 개척자다. 콘텐츠산업은 산업화·도시화·현대화·세계화 사막 속의 ‘호모 노마드(유목민)’인 현대인을 울리고, 웃기고, 함께하는 오아시스다. ‘호모 파베르’(제조하는 인간)’이자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인 우리는 콘텐츠에서 재미와 교훈과 놀라움을 찾는다. 일만으로 살 수 없는 이상 우리 삶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의 콘텐츠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콘텐츠는 가장 간과하기 쉽고도 친근한 현재진행형 미래산업이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다가가는 강력한 힘이다. 여기에는 그 중요성을 간파한 모든 나라가 뛰어들고 있다. 콘텐츠 전쟁은 사용자의 기호에 교역량이 좌우되는 ‘매력 겨루기’산업이다. IT강국이자 신바람의 나라인 한국이 이 경쟁에 뒤처질 이유도 없고 시장을 잡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는 이미 지난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2억달러 매출로 점유율 30%를 차지한 사실에서도 입증됐다.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의 폭발적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성공한 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 분야의 분발도 희망과 가능성 그 자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가격이 일주일에 1%씩 하락한다는 ‘1%법칙’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하드웨어에서는 ‘스피드’가 생존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로 넘어오면 독창성·상상력의 자식인 ‘재미’가 이를 대체한다. 하드웨어 생산기술과 속도는 비슷해지고 있지만 ‘창의력’은 속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콘텐츠는 짜내기 나름이다. 기다림이 가능한 상품이다. 재밋거리 그 자체다.

 리니지의 엔씨소프트나 스타크래프트의 블리자드가 제품출시를 위해 수년간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는 이유다. 이미 구축된 세계 수준의 초고속통신망·DMB·와이브로 등 첨단 IT서비스 인프라는 21세기형 콘텐츠를 지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중국과 일본에 낀만큼 우리에게 콘텐츠 기반의 CT산업 육성은 절실하다. 그 방법으론 원소스멀티유스(OSMU)가 첫손에 꼽힌다. 하나의 원작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인지도와 부가성을 높이는 것이다. 손오공이 몸에 있는 털을 뽑아 입으로 불어 자신의 분신을 만든 것과 흡사하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는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끄는 작품 한편을 내놓고 1억∼3억달러를 거둬들인다. 토이스토리로 시작해서 벅스라이프·니모를 찾아서·인크레더블 그리고 라따뚜이에 이르는 상상의 세계는 영화·비디오·캐릭터로써 돈의 경제학으로 이어진다. 마이클 크라이턴의 쥬라기 공원은 영화화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후속편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가치 증폭을 실현했다. 만화로 읽히던 우리의 리니지·라그나로크·열혈강호도 게임으로 변신, 만천하에 성공을 과시했다. 뽀롱뽀롱뽀로로·빼꼼의 머그잔·뿌까 등도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우리의 애니메이션과 영화산업계가 괄목할 만한 가능성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논란 속에서도 영화콘텐츠의 본산인 미국시장 도전의 새 장을 열어 준 ‘디 워’는 강력한 에너지와 희망을 제공했다.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디워를 ‘맨바닥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려 한다”고 평가하며 찬사를 보내지 않았던가. 자본 동원력과 제작능력 면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한 미·일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일궈낸 ‘세계속의 파워 IT코리아’ 초창기를 보는 것 같다. 비록 세계 영화의 메카인 미국에서 한국영화의 최고 판매기록이 24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꿈은 이뤄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해 들어선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가 잇따라 할리우드 스튜디오 제작사와 공동제작 제휴를 하는 등 창의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런만큼 우리 영화·애니 관련 업계의 어깨는 좀더 무거워졌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콘텐츠 업계는 대형화 글로벌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2007년 9월,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와 잠재력 있는 콘텐츠를 이용해 새로운 4반세기를 이어갈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한국은 음악과 TV를 노마드화하는 방식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섰다”는 자크 아탈리의 찬사를 빌릴 이유도 없다.

 이재구기자@전자신문,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