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 시장에 또 하나의 ‘빅딜’이 성사됐다. 대만 에이서가 미국 게이트웨이를 전격 인수했다. 올 초부터 나돌던 소문이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인수 가격은 7억1000만달러. 2005년 PC업계의 ‘메가 딜’이었던 중국 레노버의 IBM PC 부문 인수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인수 금액은 17억5000만달러였다.
시장에서는 벌써 인수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분주하다. 대부분 에이서의 결정이 옳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가장 먼저 꼽는 인수 효과는 시장 점유율이다. 실제로 단순 점유율만 합산하면 게이트웨이는 3위인 레노버를 따돌리고 처음으로 ‘글로벌 톱3’에 오를 수 있다. 17억달러를 투자해 3위에 오른 레노버를, 7억달러로 보기 좋게 ‘넉 다운’ 시킨 셈이다. 물론 덩치를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 레노버와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면서 동시에 델과 HP를 추격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규모의 경제’에 들어선 PC 시장에서 ‘덩치’만큼 큰 경쟁력은 없다. 에이서는 그만큼 경쟁업체에 비해 앞서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인수가 성공하려면 에이서가 반드시 넘어야 할 걸림돌이 있다. 바로 미국 시장이다. 에이서가 여러 기업 중에서 굳이 게이트웨이를 낙점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시장 때문이었다. 게이트웨이는 PC 시장 점유율 10개 기업 가운데 1, 2위인 HP와 델, 브랜드가 강한 애플를 제외한 유일한 미국 기업이다. 순위로는 8, 9위 정도지만 그만큼 미국에서는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었다. 에이서를 움직이게 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진입 장벽도 상당히 높을 뿐더러 시장 공략도 만만치 않다. 레노버가 미국 IT업계를 대표하는 IBM의 PC사업을 인수하고도 미국 시장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것도 이 때문이었다. 레노버는 IBM 당시 시장점유율조차도 지키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다.
에이서가 레노버의 시행착오를 넘어설지 아니면 반복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에이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였지만 미국만큼은 최대 고전 지역의 하나였다.
대만 기업이라는 핸디캡을 이기고 에이서가 미국 시장에 안착할지가 이번 인수의 최대 관건이다. 에이서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인 셈이다.
글로벌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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