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11)생존의 허들을 넘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게임관련 전문가가 짚은 산업 과제

 ‘환골탈태’ ‘분골쇄신’

 극심한 침체에 빠진 게임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뼈있는 말’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로 질식사 직전까지 몰렸던 게임산업이 이제 막 다시 추스리고 전열을 가다듬자마자 △중국의 대역습 △국내 시장 포화 △세계시장의 새 패러다임 △플랫폼 다변화 등 높다란 ‘허들’들이 다시 늘어서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뿌리와 줄기를 바꾸고, 토대와 구조물을 바꾸는 것과 같은 완전한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낡은 기준과 잣대를 갖고 서는 진정한 게임산업의 ‘2.0시대’를 열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애물들을 제대로 넘느냐 못넘느냐에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와 생존이 걸려 있다.

 이 허들을 넘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완전히 새로운 형질의 산업구조와 틀을 짜는 ‘탈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바다이야기’가 곪아터지기까지 손을 대지 못한 당국의 결정 및 가이드 역할이나 그러면서 순식간에 무너져내릴 수 밖에 없었던 부실한 산업적 기초를 갖고서는 궁극적인 게임산업의 재도약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도·시장·사람 등 게임산업 관련 3주체 모두의 변화를 전제로 새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수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금까지의 전략과 비전으로는 5년,10년을 지탱할 수 있는 산업기둥을 세울 수가 없다”며 “새로운 도약의 틀과 공략 루트를 만들어야 게임산업을 국가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주하는 것에 미래가 없듯 ‘쇄신’은 발전과 성공의 가장 튼튼한 지렛대다.

 지금까지 한국 게임산업을 지탱해 온 자긍심이자 우월감은 ‘온라인게임으로의 발빠른 도전과 성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자긍심은 글로벌전장에서 한두차례 전투를 겪으며 ‘깨지고’ 있고, 선점한 고지를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데서 확인하듯 ‘불변의 원동력’이 아니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별탈 없이 성장해 왔다고 해서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 것은 곧 죽은 목숨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상 온라인게임에의 도전도 한국이 변화를 노렸기 때문에 찾을 수 있었던 ‘금맥’이다. 10여년전 그 전과 같이 일본과 미국 산업을 무조건 추종하고 답습하려는 방식으로 갔다면 온라인게임이란 기회를 우리가 먼저 찾지도 못했을 뿐더러 지금까지의 성장도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위기는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란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무식 고릴라바나나 이사(전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는 “한국 게임산업이 걸어온 길은 늘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지금과 같은 부진의 늪은 새롭고, 참신한 도전을 통해서만 벗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들’을 넘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국민 인식 전환 △올바른 이용·소비 문화 정착 △게임의 대중화 △법·제도 개선 등의 ‘레인’도 정확히 만들고 지켜 나가야 한다.

 게임이 국민생활과 여가문화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때 지금과 같은 ‘마니아층’ ‘일부 연령층’과 같은 경계와 구분은 급속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주변 누구나가 즐기는 콘텐츠가 됐을 때 그 이용·소비문화는 자연스럽게 사회화 과정을 거쳐 건전하고 생산적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 게임이 ‘그들만의 리그’ 였다면 ‘모두의 리그’가 돼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게임 트렌드의 대중화는 아주 핵심적인 요건이다. 개발자를 위한 게임, 개발사를 위한 게임은 이제 더이상 시장에서 성공할 수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것을 게임으로 풀이할 수 있고, 누구나 아는 신화이지만 그것을 게임으로 재미있게 구성할 수 있어야 진정 성공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다.

 여전히 게임 관련 규제·법령은 이용자 생각과 멀리 동떨어져 있고, 결국 게임과 사회인식 사이에 높게 쳐진 장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열린사회’가 진척되면서 게임 관련 새로운 법·제도도 만들어지고, 정책 당국의 인식과 시선도 빠르게 개선돼 가고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 2.0시대를 규정하는 장치로선 아직도 한계가 많다. “법·제도가 산업(시장)과 이용자(사람)를 선도하려 하지 말고, 제대로 따라 오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지적은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한국게임산업의 과제

 전환기를 맞은 한국게임산업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이 지난 10년여를 지켜온 주도권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의 갈림길이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로 빚어진 산업적 질곡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짙게 드리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태건 게임산업진흥원 본부장은 “10년 이상 고생하며 쌓은 ‘공든탑’이 일순간에 무너졌다”며 “산업적 효과를 국민 누구나 인식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게임이 독자적 콘텐츠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없고 잘라 말한다. 그만큼 연계된 파생효과가 클 뿐 아니라 그 사슬마다에 창출할 수 있는 가치창출의 기회가 많다는 뜻도 된다.

 권택민 한국 소프트웨어 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장은 “이제는 장르적인 편가름보다는 콘텐츠 벽을 허물고 종합적인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게임을 중심으로 융합된 플랫폼과 콘텐츠가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화의 진전과 함께 게임은 이제 게임 자체의 재미 또는 소극적인 단편 콘텐츠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승훈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의 ‘선단형 수출구조’는 의미를 가진다. 한국이 먼저 시작한 온라인게임과 그에 부합해 성장시킨 e스포츠 등 주변 산업이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때 한국의 경쟁력 우위는 앞으로도 한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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