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스포츠 ‘국산종목 쿼터제’ 성공하려면

 국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e스포츠대회에 일정 종목 이상의 국산 게임을 반드시 포함하는 ‘국산종목 쿼터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지금과 같은 외산 게임 일색의 e스포츠로는 국내 게임산업 발전은 물론이고 우리 게임의 세계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월드사이버게임즈(WCG)·국제e스포츠페스티벌(IEF)·스타리그월드 같은 우리가 직접 창설한 국제e스포츠대회가 모두 외산 게임 일색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문화부와 지자체가 공동주최하는 게임대회에는 일부 국산이 채택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주종은 외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산 게임을 외국 시장에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에 진출해 있으며 미국 진출도 노리고 있는 자동차 경주게임 ‘카트라이더’를 국내에서 먼저 대회를 열어 겨루게 하면 나중에 중국·대만 시장 진출 시 한층 유리할 것이다. 국산 게임이 세계 주요 e스포츠 국제대회 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한 일환으로 나온 이번 조치는 제대로 정착된다면 산업적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당국이 신경써야 할 것은 이번 조치가 스크린쿼터제처럼 국수주의나 보호주의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쿼터제에 포함하는 게임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제품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도를 도입한 의미가 있고 또 성공할 수 있다.

 젊은이를 열광시키고 있는 e스포츠는 글로벌 거대 자본의 격전장으로 변모하고 있어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쟁대열에서 낙오자가 되고 만다. 이미 경제대국 일본은 e스포츠협회를 만들고 있으며 미국도 거대 자본이 결합한 e스포츠 프로리그인 ‘챔피언십 게이밍 시리즈(CGS)’를 연내 창설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CGS는 최근 서울에서 한국대표 선발전을 개최해 4개의 공식 종목에서 9명의 한국인 대표를 선발하기도 했는데, 아시아 지역 스타TV와 영국 B스카이B 그리고 북미 지역 디렉TV 등을 앞세워 자체 게임 리그를 세계 3대륙의 1억이 넘는 가구에 중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가 국산 게임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문화부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산하단체 및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인식한 문화부도 별로 시너지를 내지 못했던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e스포츠협회 간에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나선다고 하니 바람직한 일이다. 게임 제작과 개발 및 서비스업체 위주로 설립된 게임산업협회와 각종 대회 및 선수관리를 주관하는 e스포츠협회는 그동안 완전히 별개로 운영돼 왔다. 이 때문에 국산 게임의 종목화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두 단체가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낸다면 그만큼 우리 게임이 세계 대회 종목에 채택되는 순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게임 종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임을 개발한 회사와 앞으로 자사 게임을 e스포츠 종목으로 만들려는 목표를 가진 회사를 적극 발굴, 끌어들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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