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외국계 컴퓨팅업체들이 속속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IBM·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세계 컴퓨팅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이들 글로벌 기업이 국내 R&D센터를 통해 유비쿼터스·전자지갑·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같은 분야에서 국내 솔루션업체와 협력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성과는 기술력과 시장 잠재력을 이유로 글로벌기업들이 R&D센터의 무게중심을 중국과 인도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참여정부는 2003년 출범 초부터 한국을 ‘동북아 R&D허브’로 만들겠다며 글로벌기업의 R&D센터 유치를 적극 추진해왔다. 사실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유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기업의 R&D센터가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새로운 첨단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투자금액 500만달러 이상, 연구인력 10명 이상인 외국계 기업에 조세감면 혜택을 주고 또 20명이 넘을 때는 외국인 투자비율만큼 현금지원을 해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R&D센터 성과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R&D센터가 안착하려면 대학은 물론이고 공공연구소, 협회 등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기술 유출을 우려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국내 진출 외국기업 R&D센터 105곳 중 기술이전을 한 번이라도 한 곳은 14%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개발센터 설립의 원래 목적이 기술 이전보다 현지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 이전만 가지고 R&D센터의 유치 효과를 논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외국계 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본도 마찬가지지만 환경과 인프라를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을 연구할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업무 프로세스와 국제적인 소통능력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기술인력의 수준을 양과 질적인 면에서 한 단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이 우리나라를 R&D 투자대상국으로 고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고급인력 등이 부족해 연구개발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반면에 이들은 해외 R&D투자 시 기술력과 시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상대적으로 우리가 중국·인도 등과 비교해 불리한 형편이다. 하지만 이번 외국계 컴퓨팅 기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운영하기에 따라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직 전체 외국계 컴퓨팅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정부가 향후 R&D센터의 애로요인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R&D환경을 개선해 준다면 더욱 값진 성과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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