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된 통신업계

 통신업계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외부 변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개월째 소비자 단체의 요금인하 압박에 시달리는가 하면 과대광고 등을 이유로 시위·소송도 줄을 이었다. 최근의 잇따른 네트워크 장애에다 고객정보 무단사용 등 통신업계가 연일 도마위에 올랐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일이 대응하기가 벅찰 정도로 올들어 유난히 외부 돌출변수가 많다”며 “어느 정도는 기업 체질개선을 위해 약이 되겠지만 일부 문제 제기는 지나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시위에, 소송에, 시끄러운 통신판=통신업체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 단체의 소송이 부쩍 잦아졌다. 서울YMCA는 13일 KTF가 ‘쇼’ 폰의 USIM 기능을 과대포장해 소비자 피해를 가져왔다며 이달 20일까지 소비자고발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녹색소비자연대가 소비자 36명과 함께 SK텔레콤의 멜론서비스에 대해 소비자 소송을 시작했다. 멜론서비스가 폐쇄적인 DRM을 사용해 공정경쟁을 해치고, 소비자의 음원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최근 경찰청이 KT·하나로가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수사 중간발표를 하자 녹소연은 다시 집단 소비자 소송을 할 태세다. 서울YMCA는 이동통신 요금인하를 주장하며 58일째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통신업계, 다소 무리한 주장도 있어=소비자단체의 속성상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의 주장에도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통신업계는 항변했다. DRM의 경우 DRM 자체가 저작권 보호를 위해 폐쇄적인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인데도 마치 소비자선택권을 침해하기 위해 폐쇄적인 것을 채택했다고 주장한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주장이다. KTF도 USIM의 경우 일반적인 USIM의 역할과 기능을 소개했을 뿐 단말기 판매에 이를 이용한 적은 없는데도 소비자단체의 주장에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 이미지 타격에 상당한 기회비용 날라가=통신업체들은 그러면서도 자칫 반소비자 기업으로 찍힐까 우려해 제대로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소비자라는 이름을 내건 문제제기가 나오면 그것이 옳든 그르든 기업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송으로 가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한 관계자는 “소송으로 가면 결국 정당성이 입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러나 몇개월동안 큰 기회비용이 날아가는데다 훼손된 이미지는 복구할 방법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몇년동안 통신산업이 양적팽창을 거듭하면서 내적 성숙도가 같이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소비자단체와 통신업체간 대화채널이 부족해 최소한의 공감대조차도 갖지못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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