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통신업체들은 그 어느때보다 ‘혁신’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부정해보는 조직을 앞다퉈 만들었다.
KT 내부에 있으면서 KT를 부정하는 조직. 바로 KT 고객가치혁신(CVI)센터다. 지난 4월 중순 출범해 100여일을 맞았다. 서정식 CVI센터장(39)은 “누구든지 통신회사라면 망을 깔고 망에 연결돼 있는 부분(사람이든, 설비이든)에 대해 대가를 받는 수익모델을 생각한다”며 “그러나 망대가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치에 왔기 때문에 환골탈태를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CVI센터가 그 ‘자기 부정’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서 상무의 발탁 자체가 파격이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도 그렇지만 서 상무는 내부에서 승진한 ‘KT맨’도 아니다. CVI센터를 위해 올초 KT에 합류했다. 어쩌면 KT를 모르는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서 상무는 오자마자 센터를 자유로운 사고가 숨쉬는 공간으로 꾸미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브레인 스토밍을 일상화했다. 강남 교보타워에 있는 센터 내부에는 조명등, 의자, 메모지 하나 조차도 평범한게 없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와인바는 파격 그 자체다. 이곳에서 평범은 곧 ‘안주’다.
그렇다고 서 상무가 통신산업에 대해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 아서더리틀코리아의 통신방송담당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실장, 머서컨설팅 통신방송파트너 등 10년 가까이 통신과 함께 했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에서 변화관리, 경영전략 실장을 거치면서 ‘통신’을 넘어 그 무엇에 대한 고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CVI센터에서는 요즘 IPTV와 와이브로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해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리모델링의 기준은 네트워크도 아니고, 콘텐츠도 아닌 바로 고객가치다. 가령 VoD라고 하더라도 TV를 보는 방식, TV를 보면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연구와 구현 방식이 주 관심사다. 서 상무는 “그냥 VoD를 본다는 것으로는 큰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가령 몰아서 본다, 쪼개서 본다, 반복해서 본다 이런 패턴들은 서비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한다. 센터 직원과 현업 부서원들이 매칭돼 2∼4개월동안 프로젝트를 하면 그 결과물은 현업에서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활용되거나 아니면 전사적인 차원에서 살이 붙어 신규 비즈니스로도 키워진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검토도 CVI센터의 역할이다.
서 상무는 지식과 아이디어가 생명인만큼 외부 시각을 수혈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사외 아이디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벤처 어워드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매월 한번씩 16개 산업군의 다양한 관점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CVIC포럼은 소중한 자산이다. 홈쇼핑, 렌털, 학습지, 음반, 유통, 푸드, 금융 등 라이프 스타일과 관계있는 업종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모두 모인다. 얘기하다보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깨우치는게 많다.
서 상무는 “CVI센터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방향성은 맞다고 확신한다”며 “유의미한 실험을 통해 KT가 혁신의 한걸음을 내딛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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