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공개SW 커뮤니티 활성화하자

 생산과 소비가 한 국가 내에서 이론만큼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개인과 커뮤니티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면서 생산과 소비의 분리현상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정보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은 그래서 지금의 시대를 개인화와 커뮤니티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융합과 공존이 지배하는 컨버전스시대로 설명했다. 개인의 역할이 커지면서 개인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다.

 공개소프트웨어(SW)가 그런 경우다. 공개SW는, 우리나라는 특히 생산과 소비가 심한 불균형 상태다. 소비는 이뤄지는데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비는 물론이고 정부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공공기관이 대표적이다. 기업도 비용절감을 위해 공개SW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느 정도 소비 기반이 갖춰져 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개SW의 생산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돈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기를 꺼려하는 문화 탓도 있을 것이다. 영어라는 언어 장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MS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시장의 속성도 있을 것이다.

 해답은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공개SW에 관한 한 그렇다는 얘기다. 커뮤니티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지 않는, 다시 말해 생산과 소비의 주체라는 의미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소스포지닷넷이 좋은 예에 속한다. 소스포지닷넷은 회원 수가 150만명에 달한다. 소스포지닷넷은 이들 회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각종 제품의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성공, 공개SW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회원이 소비의 주체면서 동시에 생산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SW 부문에서도 미국이 앞서가는 이유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개SW 커뮤니티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 해외에서 주도하는 공개SW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공개SW 개발 인력은 100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5000여명이 넘는 개발인력이 참여하고 있는 일본과도 비교가 안 된다.

 물론 공개SW의 생산이 전무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수퍼유저코리아와 데브피아 같은 커뮤니티가 나서고 있다. 수퍼유저코리아는 ‘리눅스서버관리자그룹’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회원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활용, ‘에스유리눅스’를 내놓았다. 데브피아 역시 ‘PHP스쿨’ 등의 커뮤니티를 활용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키워드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기업도 나서야 한다. 정부도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예컨대 각종 개발대회를 개최, 프로젝트 참여 열기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커뮤니티를 개설, 더욱 업그레이드된 제품 개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개발자가 소스포지닷컴 같은 글로벌 커뮤니티에 능동적으로 가입, 활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언어가 문제라면 실리콘밸리에서 영어와 SW개발 기술에 능숙한 한국인 개발자들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커뮤니티 참여 창구로 활용해도 될 것이다. 아예 우리나라가 ‘아시아형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 내놓은 한·중·일 아시아포스포지닷넷의 제안도 바람직하다.

 이제는 공개SW의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소비만을 즐기고 있다가는 또 다른 종속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공개SW의 커뮤니티 활성화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생산과 소비의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SW코리아’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공개SW 커뮤니티의 활성화는,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박승정 솔루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