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시티에 거는 기대

 1987년 인구 12만명, 1990년 8만9770명, 2005년 5만2463명….

 강원도 태백시의 인구 감소 추이다. 석탄 산업의 중심지로 한때 12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으나 지금은 인구가 5만명 남짓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폐광 이후 산업활동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지역 경제도 침체에 빠졌고 석탄 산업을 대체할 산업 구조는 취약했다. 지역 경제를 이끌 대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태백시가 선택한 것이 관광 산업이다. ‘레저스포츠의 중심, 고원 휴양도시, 태백’을 도시의 비전으로 내걸고 강원랜드 카지노 개설과 서학리조트 건설 등 관광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태백이 과연 여름 휴가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아직 부정적이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태백은 ‘게임’을 들고 나왔다. 연구개발과 체험, 게임 생산과 소비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게임 클러스터이자 게임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것이다. 태백의 기존 비전인 ‘관광’과 ‘스포츠’에 게임을 접목, e스포츠와 체험형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것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e시티가 건물을 올리고 단지를 만드는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지역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의적 인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5년, 10년 후 e시티가 실제로 등장할 때에 엄청나게 변해 있을 그 당시의 게임 문화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에 비하면 태백이 수도권에서 멀다는 지리적 약점은 사소해 보이기도 한다.

 석탄 산업으로써 대한민국 삶의 터전이 됐던 태백시가 앞으로 창의적인 게임문화를 통해 IT코리아의 새로운 꿈의 터전이 됐으면 한다.

태백(강원)=한세희기자<콘텐츠팀>@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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