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취업준비생, 초심을 잊지말자

 명문대 졸업생이 취업을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했다는 뉴스가 더 이상 독자의 시선을 잡지 못하는 시절이 됐다. 과거 대학을 상징하는 상아탑을 가난한 부모가 소 팔아 자식 대학 보낸다고 하여 우골탑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못 배운 부모는 자식이 대학만 나오면 취직은 자동으로 되는 줄 알았다. 그러던 것이 소위 IMF를 거치면서 대량의 실업과 함께 채용이 동결되면서 무수히 많은 대졸자가 학교 밖을 나와도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됐다.

 사람에게 직장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직장은 자기 인생의 꿈을 실현시키는 장이며 삶의 보람을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USA투데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의 53%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은 열정에서 나온다. 열정은 결코 꾸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자기 재능과 직업을 연결해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최상의 능력을 뽑아낼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뉴스위크의 발행인이었던 캐서린 그레이엄은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 그 외 다른 어떤 일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을까.” 얼마 전 외신은 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구글 직원이 회사 몸집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커지면서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도 늦어지고 개인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줄어들면서 성취감 저하로 마이스페이스 같은 벤처업체로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전직의 이유로 “중요한 일을 맡을 기회가 많아지고 업무 처리가 신속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여름이 지나가면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다가온다. 다행히 정부기관이나 국책연구소 등에서 하반기 경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이 이달 10일 발표한 ‘2007 하반기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5%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당초 전망치였던 4.4%보다 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낫고 이 같은 상승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잡코리아가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전국 이공계 대학생 761명을 대상으로 가장 가고 싶은 직장을 조사했더니 1위가 삼성전자였다. 이유는 급여·복지·근무환경·기업문화 등 다방면에서 앞서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작년 하반기에 선발한 인원은 약 3120명이었다. 그럼 과연 이 가운데 중간 간부라고 할 수 있는 부장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입사 동기 중 10%가 안 되며 기업의 별이라는 이사는 1%도 넘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가 모였으니 내부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그래서 조금만 한눈팔면 도태되기도 쉽다.

 좋은 직장과 자기의 능력 발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취업준비생에게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급여나 근무환경이 대기업보다는 열악하지만 자기 능력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찾아보면 알토란 같은 중소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자기가 어디에 있든 취업을 간절히 바라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직장생활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연말 개그맨 김제동씨가 KBS 연예대상 수상 소감에서 이런 말을 했다. “처음 출발할 때를 잊어버리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반드시 이 상을 돌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무명의 지방 MC에서 오늘의 위치에 올랐지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구나 입사만 하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부디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가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홍승모 글로벌팀장@전자신문,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