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하이닉스 한영철 전무 대만·상해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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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회사를 어떻게 믿고 물건을 사느냐’던 고객들의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할 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이닉스의 메모리는 이제 품질은 물론이고 납기·납품 후 서비스까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상품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이닉스반도체의 중화권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영철 대만·상하이 법인장(57)은 오늘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중화권은 중국·대만·홍콩이 하나로 묶인 거대한 시장이다. 한 전무는 한달에도 몇 차례, 심지어는 하루에도 몇번씩 대만·홍콩·선전·상하이·베이징을 오가며 비행기에서 e메일과 업계 뉴스를 확인하고 나라 별로 휴대전화를 바꿔가며 이동 중에도 회의를 진행한다.

 “레노보·TCL·아수스 등으로 대표되는 중화권 고객들은 이미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발돋움한만큼 자사 생산품에 들어갈 제품을 고르는데 매우 깐깐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그런 회사들이 몇년씩이나 하이닉스와 변함 없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품질 그 자체뿐 아니라 최고 수준의 고객 대응이 담보되는 하이닉스 브랜드에 대한 믿음에 기인합니다. 하이닉스는 매년 에이서·레노보·아수스 등 세계적인 중화권 IT기업들로부터 ‘베스트 서플라이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는 고객들이 요구하는 기술적인 문제에 보다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대만과 선전에는 부설연구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영업 활동에 힘입어 중화권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요즘 중화권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 제품은 시장에 모조품이 나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IT산업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화권은 반도체업체로서는 앞으로의 존망이 달린 시장이다. 하이닉스반도체에게도 중화권은 전체 매출의 35% 가까이가 일어나는 전략적 요충지다. 대만·홍콩·상하이에 판매 법인과 선전·베이징에 영업사무소를 두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해 반도체 생산공장을 중국 현지에 설립하며 중화권에서의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 놓았다.

 “중화권 고객들은 한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유수의 중화권 IT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지금도 가장 중요한 일과는 그들과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항상 고객사 관계자와 함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가 본격적으로 중화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0년대 말. 진출 초기부터 중화권에 파견된 한영철 전무는 20여년간 직접 발로 뛰는 영업 활동을 펼쳐 중화권을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요 시장으로 키워 놓았다. 중화권의 잠재력이 발견되지 않았던 그 때 누구보다도 먼저 그 시장에 뛰어든 하이닉스는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그 때부터 직접 부딪쳐가며 중화권 영업에 몸을 담아 온 한 전무는 모두가 인정하는 전문 지식을 갖춘 ‘영업통’이자 ‘중국통’이다.

 “영업에는 철칙은 있되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철칙은 ‘단 한명의 고객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아무리 시장이 포화 상태여도 시장을 넓혀 나갈 여지는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이 바로 고객에게 있는 것이고요.”

 ‘한편의 역전 드라마’라는 평을 듣는 하이닉스의 회생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중화권에서의 영업도 성공 가도만을 달린 것은 아니었다. 불확실해진 회사의 이미지 때문에 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난관을 극복한 하이닉스는 이제 중국에서 48%라는 경이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그리고 그 성공 신화에는 ‘고객이 해답’이라는 한 전무의 철학이 함께 숨쉬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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