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디지털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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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아이폰 매장에서 긴 기다림 끝에 아이폰을 마침내 사는 데 성공한 한 고객이 애플의 아이폰을 손에 쥐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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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음악은 기존 음반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올 상반기만 봐도 세계 디지털음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디지털 앨범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60% 이상 성장한 2350만장에 달한다. 반면 콤팩트디스크(CD) 판매량은 작년보다 19.3%나 줄어 들었다는 게 로이터 통신의 보도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디지털음악이 단순히 음반시장이나 음악 관련 산업에만 영향을 주고 있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음악, 즉 킬러 콘텐츠(SW)가 이를 구현하는 IT기기(HW)를 통제하고 제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구동 기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이에 삽입되는 각종 콘텐츠가 제한받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이다.

 MP3플레이어는 MP3 파일, 즉 킬러 콘텐츠의 확보 여부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된다. 애플의 아이팟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하며 누적 판매대수 1억대의 신화를 탄생시킨 데에는 이 업체의 디지털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고등 학생의 학습 보조기기로 그 활용도가 높아가고 있는 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PMP)도 디지털음악은 아니지만, 강의 동영상이나 MP3파일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학원들이 마케팅의 헤게모니를 쥔지 오래다. 심지어 PMP업체들은 이들 학원의 요구에 맞춰 제품의 사양이나 공급 가격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제 디지털음악은 MP3플레이어를 넘어 휴대폰, PMP, 내비게이션 등 각종 휴대기기의 제품 설계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는 단계에 와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

 

◇디지털음악이란

인터넷 혹은 무선 기반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mp3, wma, asf 등 디지털 파일 형식으로 변환된 음악 파일을 PC나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이용,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진 모든 음악 형태를 말한다. 현재 디지털음악 산업은 크게 유선 인터넷을 기반한 ‘온라인 음악산업’과 무선 모바일 환경하의 ‘무선 음악산업’으로 나뉜다.

◆애플이 무서운 이유, 아이폰이 두려운 까닭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기로 했을 때 얘기다. 이에 맞선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소니애릭슨 등 세계 4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공동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상호간 기기 성능 개선이나 디자인 수정 작업이 아니었다. 애플의 디지털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에 맞서 ‘뮤직스테이션’이라는 휴대폰 음악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이들 전선에는 휴대폰 제조업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유니버셜뮤직·소니BMG 등 4개 메이저 음반사도 자사 음원을 뮤직스테이션에 기꺼이 제공키로 했다. 여기에 보다폰·텔레노 등 30개 유럽계 이동통신사와 이번 서비스 운용업체인 옴니폰을 포함, 총 39개사가 힘을 보탰다.

 미국의 한 업체가 휴대폰 하나 새로 내놓는 것을 놓고 유럽·아시아계 주요 휴대폰 업체는 물론, 전세계 음원제공업체와 이통사들까지 하나로 뭉쳐 대항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내년말까지 1000만대, 즉 세계 휴대폰시장의 고작 1% 정도를 차지하겠다는 애플의 ‘겸손’에도 불구, 전세계가 떨고 있는 까닭은 바로 애플의 ‘아이튠스’, 즉 이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 음악 파워’에 있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통해 입증된 애플의 강력한 뮤직 서비스는 오히려 이들의 결속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사실 아이폰의 기능은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혁신 기능으로 내밀고 있는 ‘터치 패드’나 3.5인치 터치스크린, 운용체계(OS) 등은 이미 경쟁제품들도 구색을 갖추고 있거나, 금방 따라 흉내낼 수 있는 요소다. 오히려 아이폰의 2세대 지원 네트워크 등은 기존 경쟁사들의 3G 휴대폰에 비해 기능면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음반업체들까지 나서 반(反)애플 동맹에 참여하는 것은 애플의 아이튠스로 집중되는 음악·동영상 콘텐츠 쏠림 현상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20세기폭스사와 파라마운트, 워너브로더스, 디즈니 등 할리우드의 주요 영화배급업체들까지 나서 애플과 손잡고 올 가을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숨어있다.

 기존 오프라인 배급망과 자사 콘텐츠 보호를 위해 그간 온라인 사업에 미온적이었던 이들 글로벌 영화배급 업계들마저 비디오 아이팟이나 아이폰 등 휴대 단말기로의 이동 저장이 가능한 VOD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나서자, 음원제공 업체들은 애플에 합류하던가, 아니면 맞서던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실제로 세계 최대 음악기업인 비방디의 유니버설 뮤직그룹은 최근 애플과 음원 연간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계약 거절’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협상의 주도권을 찾겠다는 게 비방디 측 기대다. 반면 유니버셜에 이어 2위 음반 메이져인 소니BMG는 최근 애플의 요구대로 1년짜리 재계약을 갱신했다. EMI도 복제 방지 기능을 풀라는 애플의 지시에 따라 음원을 판매한다. 애플은 전체 온라인 음원 판매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계의 최고 권력이다. 승산없는 싸움이란 걸 이들은 읽은 셈이다.

 휴대기기와 음반시장 모두 디지털음악의 절대 권력자가 호령하는 시대다.

◆세계 디지털음악 시장의 현황

 국가별 디지털 음악의 매출규모는 미국이 한해 6억3600만달러로 1위다. 이어 일본이 2억7750만달러로 2위다. 한국은 최근 디지털 음악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8위에 올라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세다.

 음악 전문 조사기관은 닐슨 사운드스캔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디지털 앨범 판매량은 작년 대비 60% 이상 성장한 2350만장에 달한다. 반면 CD 판매량은 2억510만장을 기록, 지난해보다 19.3%나 줄었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서 최근 내놓은 ‘2006년도 세계 음반산업 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5년도 세계 디지털 음악의 매출은 전년 대비 188%나 성장했다. 이는 CD와 DVD, 싱글CD 등이 전년 대비 각각 6%와 4%, 12%씩 매출 하락을 보인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현상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