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가 10만부 이상 판매된 시점에서 트렌드 전문가, 출판 관계자와 농담 비슷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도서를 완독한 독자가 몇 명일까? 그중 내용을 요약, 정리해 발표(토론)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충 오간 얘기는 구입한 독자의 1% 정도가 완독했을 거라는 추측과 그 가운데 10% 정도를 나름대로 내용을 정리한 독자층으로 나눈 경험이 있다.
한층 바빠진 일상은 독서를 한가한 여가의 대용품으로 전락시켰다. 과거 독서가 공부의 모든 것이었던 시대에서 독서는 여가와 논술시험의 방편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출판계에서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온라인북(e북·u북) 형태로 독자에게 다가서고 있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독서는 이미 어려운 도전의 대상이 됐다. 읽기가 없으니 글쓰기가 어려워지고, 창의적인 기획이 힘들고, 프레젠테이션 내용의 참신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를 지력(地力)을 회복해 산출물을 건실하게 하는 유기농법에 빗대어 지력(智力)을 양생하는 유기농 사유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국내 온라인 독서카페 중에서 1년에 100권 읽기 모임이 소개된 적이 있고, 대덕연구단지 동호회에서는 3년에 걸쳐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소개된 적이 있다. 남들이 한가하게 버리는 시간을 활용해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다. 이런 정도의 노력이라면 가히 전략적 책읽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회대학 글로벌 IT학과의 슬로건인 ‘Think Globally! Act Locally!’나 김재우 아주산업 부회장의 ‘Think Big Act Fast’라는 도서명이 시사하는 바를 미래의 행동지표로써 좌우명으로 삼아볼 만하다. 남과 다른 창의성을 요구하는 디지털 기반의 지식경제와 글로벌 시대의 한층 높아진 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독(讀)한 인재가 아니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수석 <한국생산성본부 책임연구원> ssseo@kp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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