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가 개발한 차세대 기술이 중국·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채용돼 각광받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3차원(D) 영상 모듈을 개발한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최근 중국 TCL그룹과 연간 24만개의 휴대폰용 입체 LCD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또 중국 최대 휴대폰 유통 업체 골든하베스트를 통해 하이얼 등에도 3D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김태섭 케이디씨정보통신 회장은 “지난 2년간 국내 기업과도 3D 입체 휴대폰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중국 업체에 첫 양산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며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처음으로 3D 입체 단말기를 상용화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근거리 무선통신용 바이너리 CDMA 기술도 국내보다는 오히려 중국 가전업체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전자부품연구원(KETI)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대우전자부품(대표 장동주, 장천민)은 중국에서 바이너리 CDMA 관련 응용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을 위해 하이얼과 제휴했다. 하이얼은 우선 AV 제품에 바이너리 CDMA 기술을 적용하고 중국 홈네트워크 표준기구 ‘ITopHome’을 통해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블루투스(Bluetooth) 모듈은 내수 시장보다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 더 인기다. CDMA 단말기가 주류인 국내는 블루투스 채용률이 10% 수준인데 반해 유럽형이동통신(GSM) 단말기는 90% 이상이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모듈업체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휴대폰은 물론 자판기·엘리베이터·신용결제기·바코드스캐너 등 다양한 분야에 국산 블루투스 모듈이 적용되면서 새로운 모바일 수요가 만들어졌다”며 “차세대 통신·가전 기술에 대한 테스트베드 대상 지역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에 관한한 최고의 품질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테스트베드로 해외 시장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볼 밸런스(ball balance) 기술을 적용한 하우젠 드럼세탁기를 지난 4월 미국 시장에 먼저 내놨다. 이 제품은 미국 4대 가전 유통 가운데 하나인 로우즈(Lowe"s)의 2007년 최우수 전략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호응을 얻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드럼세탁기 전 제품에 적용키로 했다.
김경환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해외에서 주요 기술을 테스트하거나 양산 등에 나설 때는 아무래도 국내에 비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며 “가격 등 불가피하게 해외 사업에 나설 경우 특허취득은 물론이고 구체적 계약 등을 통해 노하우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상돈·정지연 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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