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의 `의미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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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어디다 심지?’

요즘 주성엔지니어링 총무팀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97년 지금의 터전인 경기도 광주에 자리잡으면서 ‘의미있는 장비’가 출하될 때마다 기념식수를 시작했는데, 확보해 놓은 땅이 다 소진돼 더 이상 식수할 공간이 없어진 것.

주성은 초기에는 출하 1호기, 10호기, 50호기 등등으로 기념식수를 했으나 장비 출하량이 급증하자 100호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숫자에 따른 식수는 중단했다. 대신 LCD장비 공급·새로운 고객에 출하 등 이정표가 될 만한 때에만 기념식수를 했다.

어느덧 주성 앞마당에는 15그루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15그루의 나무는 대부분 살구·모과·보리수 등 유실수로, 주성은 가능한 한 고객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나무나 고객의 국적에서 연상되는 나무 등을 선택했다. 최근 유럽의 한 고객사는 기념식수 행사에 본사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열의를 보이는 등, 기념식수는 주성만의 잔치를 넘어 고객사와의 공동 잔치로 자리잡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주성 임직원들은 이들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주성의 한해 사업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장난스러운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계기는 이렇다. 1997년부터 식수된 나무들은 어느 한 그루도 2003년까지 단 한개의 열매도 맺지 않다가, 2004년 갑자기 열매가 풍성히 열리며 앞마당을 장식했다. 2004년은 주성이 3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록한 해다. 200∼300억원대 매출 기업이 갑자기 5배 이상 성장하면서 2000억대 기업을 바라볼 수 있게 된 해 이기도 하다.

주성엔지니어링 이영곤 부사장은 “심어진 나무들은 주성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어 임직원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제공한다”며 “나무 한그루 한그루마다 임직원별로 에피소드가 있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좋은 담소의 장이 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앞마당의 정원을 뒷동산으로 옮겨 그 전체를 ‘의미있는 나무’로 덮겠다는 의지로 신시장 개척과 고객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씩 늘어나는 나무들은 이제 주성의 글로벌화 진척도를 나타내주는 상징적 모습이 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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