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계 설비투자 감소에 애탄다

 장비업계가 설비투자 감소로 목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반도체·LCD 등 대규모 장치산업의 투자계획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올 매출 목표를 하향조정하는 장비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또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업체도 자동차 업계의 신규투자 감소로 고전 중인데다 대항마로 꼽은 반도체·LCD 설비투자가 급랭하면서 상반기 내수 판매가 크게 악화되는 추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필립스LCD가 5000억원 규모의 5.5세대 LCD 생산라인 올해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발주한 8세대 일부 설비 반입 시기를 내년 초로 연기하면서 주요 LCD장비업체가 매출 목표를 20∼30%가량 낮추는 등 매출계획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또 D램 가격폭락으로 2분기 최악의 영업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대규모 장비 발주를 2분기 들어 자제하면서 반도체 장비업체의 수주량도 급감하는 양상이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한 사장은 “1분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호황을 예상해 설비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던 반도체업체가 2분기 들어 장비발주을 크게 줄이는가 하면 발주한 장비의 납기마저 2∼3개월 늦출 정도”라며 “연말까지 하이닉스의 청주 신공장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대규모 설비투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LPL의 경우 5.5세대 설비투자 금액으로 예상된 5000억여원이 없어지게 된다. 올해 반도체와 LCD 설비투자를 각각 작년보다 19%, 45% 낮춘 삼성전자도 최근 보수경영으로 돌어서며 당초 투자계획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도체·LCD업종의 투자기피는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업계의 내수판매에도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한국공작기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공작기계의 수주량은 총 3421억원으로 작년 대비 1.5% 감소했다.

 한국공작기계협회의 박희태 이사는 “제조업 투자가 되살아난다는 경제지표와 달리 대부분 공작기계업체의 체감경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공작기계 해외수출이 크게 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순창 케이씨텍 사장은 “국내 반도체·LCD업체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신규 장비 투자 대신 공정기술 개선을 통한 생산량 확대 전략을 구사해 장비업계가 매우 힘든 처지”라며 “최근 설비투자를 재개한 대만 LCD업체 등 해외시장 공략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지영·배일한기자@전자신문, jyajang,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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