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중소·벤처의 인재 사랑

 “제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장인·장모님 되실 분들이 대기업을 선호해서...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네요.”

 국내 팹리스 반도체설계업체 한 임원이 ‘자사 입사가 최종 결정된 한 대학원생이, 분야가 다소 상이한 대기업 취업을 택하면서 죄송하다며 남긴 말’이라고 들려준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대기업 선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구직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국내 중소·벤처업체업체로써는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린다.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양질의 인력이 필수적인데, 낮은 인지도 때문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구직자가 이왕이면 인지도가 높은 기업을 원하는 현상은 일반적이다. 대기업이 중소·벤처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구직자의 대기업 선호는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현실로 받아 들여야 한다.

 최근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한 반도체분야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의 강점을 보다 능동적으로 알려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를 위해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마다하지 않는다. 낮은 인지도를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인지도’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지난달 말 서강대와 연세대에서는 각각 의미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팹리스 반도체 설계분야의 기술 벤처기업이 대학을 직접 찾아, △기업홍보 및 채용설명회 △산학협력조인식 △중소벤처기업CEO와 이공계 교수 간 간담회 등으로 이어지는 산학협력에 나선 것. 지금까지 대기업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부분에 중소·벤처도 가세한 것이다. 반도체 중소·벤처업계는 또 지난해부터 반도체협회를 중심으로 한 개 기업이 한 명씩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십시일반 장학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중소·벤처의 노력이 사회에 보탤 수 있는 영향력은 미약하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분야를 중심으로 부쩍 활발해지고 있는 중소·벤처의 움직임이, 최소한 ‘결혼 승낙 때문에 적성에 맞는 중소기업을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줄이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산업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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