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업계의 투자처가 국내보다도 외국의 펀드에 더욱더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년간 주요 애니메이션업계의 투자유치현황을 집계한 결과 애니메이션 업계에 유입된 해외자금은 국내자본 투자금액의 1.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회장 전창록)와 지난 3년 동안 창작 경험이 있는 주요 애니메이션 업체 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197억원으로 국내 창투사로부터 투자받은 금액(119억원)을 65%가량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전문 펀드 등 국내 투자 여건 미비와 해외 시장 진출망 구축이 용이해 국내펀드보다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다.
◇작품 수준 세계적, 해외 투자 더 늘 듯=업계에서는 해외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설문에 응답한 10개 기업 중 해외 투자를 유치한 경험이 있는 6개 기업은 “실질적인 기업이윤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투자사는 배급력까지 갖추고 있어 해외 사업 진출시 시너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배영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팀장은 “해외 투자의 증가는 단순히 국내 투자가 어렵기 때문은 아니다”며 “그동안 국내 작품이 해외 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해외투자 유치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배영철 팀장은 “국내 제작 환경이나 작품이 더 우수해지는 만큼 해외투자도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투자 전문성 갖춰야=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는 “10개 기업 외에도 방송사 등을 통한 투자를 받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가 규모가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투자가 더욱 활성화돼야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설문에 참여한 업체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은 투자자들의 전문성 부족. 익명을 요구한 한 애니메이션 업체 사장은 “한 창투사의 투자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투자 결정시 작품의 질이나 완성도, 잠재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모 대기업이 투자한다고 하자 결정을 한 예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창투사가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 등 사업구조를 작품보다 먼저 보는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이는 사업구조 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병폐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교수는 “투자사로서 비즈니스의 위험을 줄이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투자에서는 프로젝트의 디테일까지 보는 눈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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