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합판매 개시 한달여를 앞두고 통신업계의 유통망 고민이 깊어졌다. 텔레마케팅(TM) 위주 영업에 익숙해진 유선업체나 단말기와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유치해온 이통사 모두 마찬가지다. 결합판매에 적합한 판매방식과 유통망 구조를 갖지 못하면 상품구성을 아무리 좋게 해놔도 뒷심 부족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결합판매를 둘러싸고 상품구성이나 할인율, 전산통합 등의 이슈가 나오지만 정작 성공의 관건은 유통망에 있다”고 말했다.
◇ 빨라진 결합판매 발걸음=7월부터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가 허용되자 통신업체들은 상품구성과 결합방식, 할인율 등 막바지 준비중이다. 자체 상품군을 다수 보유한 KT는 초기 출시상품의 가닥을 이미 잡았다. 브랜드 작업도 내부적으로는 마쳤다. SK텔레콤은 MSO와 협의 중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타 유선사업자들보다 MSO와 여러차례 만나 결합상품을 논의중”이라며 “그러나 사업자간 조율의 변수가 많아 7월 출시를 못박기에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동등접속에 의한 KT 상품과의 결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LG통신그룹은 TF를 구성해 상품구성 및 전산 통합 등에 대한 실무논의를 진행 중이다.
◇ 현 유통망은 결합판매에 취약=정작 실제 판매를 담당한 유통망에 대해서는 다들 고민스럽다. 현 구조로는 유무선 업체 모두 결합판매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결합상품이 많고 다양한 만큼 △대면 접촉 확대 △개별상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 △결합에 대한 요금 컨설팅 능력 등이 필요하다.
현 유선업체들은 TM 영업이 일상화됐다. 유통망도 부족해 대면접촉 기회가 적다. 단품 상품은 TM으로 해결한다 해도 두개 이상의 상품을 엮어 팔 때엔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도 엄격해 더욱 그렇다. 무선업체는 다른 고민이다. 유통망만 놓고 보면 유동인구가 많은 좋은 입지에 수백∼수천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어 유리하다. 그러나 그간 영업방식 자체가 단말기에 보조금을 얹어주는 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복잡한 결합상품을 판매하기에는 상품에 대한 이해나 컨설팅 능력이 떨어지는 맹점이 있다. 유선제품이 다양하고 기술적으로 더 복잡한 것도 부담이다.
◇ 유통망 개선을 위한 노력들=KT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결합상품 유통망을 고민해 ‘다락’이라는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지난해 6월 의정부 1호점이 나온 이후 16호점까지 개설했다. 깊숙하게 숨어있고 다소 권위적인 전화국 이미지가 아니라 이통사 대리점처럼 거리 전면으로 나선 친근하고 편안한 영업점을 지향한다. 외관이나 위치 뿐만아니라 고객대면 노하우와 컨설팅 능력을 갖춘 인력들을 배치했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내년까지 1000개 대리점 확장이 목표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긴장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대리점 확장이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KT의 다락은 파급력면에서 아주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기존 유통망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학습효과가 필요한만큼 교육 등을 진행하고 모바일과 유선기술을 동시에 이해하는 인력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LG텔레콤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적절하게 설명하기 쉬운 소매 중심의 구조로 유통망을 개선한다는 전제 아래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