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리눅스위해 손잡은 2인의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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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눅스와 백만장자(?)’

‘SW를 만인이 공유하자’라는 평등주의 개념을 외치는 리눅스와 자본주의의 산물인 백만장자. 어찌보면 상반되는 조합이다.

그러나 최근 리눅스 발전을 이끄는 두 명의 백만장자가 있어 화제다. 바로 세계 굴지 PC업체 델을 만든 마이클 델 회장(42)과 우분투(Ubuntu) 리눅스 개발을 주도하는 캐노니컬의 마크 셔틀워스 CEO(33)이다.

마이클 델 회장이 19세 때인 1984년에 단돈 1000달러로 회사를 차려 성공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델 회장은 중간 도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전화 주문으로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유통기법을 도입해 델컴퓨터(현재 델)의 매출을 창업 4년 만인 1988년에 8500만달러, 8년 만인 1992년에 20억달러, CEO에서 퇴임하던 2001년까지 총 310억달러로 끌어 올렸다. 텍사스 오스틴의 조그마한 조립PC 벤처로 출발한 회사는 1999년 미국 PC시장 1위, 2001년 세계 1위로 눈부시게 도약했다. 마이클 델 자신도 27살에 세계 500대 부자, 34살에는 미국 5대 부호 반열에 들었고 오늘날 171억달러의 재산을 보유,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 갑부 중 12위에 올라 있다.

보안솔루션 업체 써트컨설팅을 운영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부호 마크 셔틀워스는 2002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우주비행을 다녀왔다. 민간인으로서는 미국의 데니스 티토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2000만달러에 이르는 경비는 써트컨설팅을 베리사인에 매각하고 받은 5억7500만달러에서 충당했다. 셔틀워스는 IT업체 CEO답게 두 대의 노트북PC를 소지하고 우주여행을 떠나 ISS 내에서 컴퓨터가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우주와 리눅스가 미지의 세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우주에 다녀온 셔틀워스는 2004년 영국으로 건너가 남은 돈으로 리눅스회사 캐노니컬을 설립하고 우분투 리눅스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의미의 오픈소스 비즈니스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였다. 과거 리눅스 개발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셔틀워스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우분투를 불과 2∼3년만에 상용 리눅스 배포판 중 가장 유명한 소프트웨어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델, 우분투를 선택하다=작년부터 HP에 PC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고군분투하던 델은 지난 2월 초 마이클 델 회장을 CEO로 복귀시키고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델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고객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접 듣기 위해 인터넷에 ‘아이디어스톰(www.ideastorm.com)’이라는 소비자 의견 수렴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 쇄도한 갖가지 의견들 중 1위는 총 13만건이 접수된 ‘PC에 리눅스를 탑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델은 곧바로 시중에 나와 있는 리눅스 배포판들 중 어느 것이 PC에 집어넣기 적합한 지 검토에 착수했다.

3개월 뒤, 델은 우분투 리눅스의 최신 버전 우분투7.04를 미국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용 PC 일부 모델에 탑재해 출시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클 델과 마크 셔틀워스.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지닌 이 두 백만장자가 마침내 손을 잡은 것이다.

◇리눅스, 날개 달다=리눅스는 서버나 슈퍼컴퓨터용 OS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개인PC 시장에서는 일부 마니아들만 이용할 뿐 여전한 비주류다. 마니아들의 ‘입소문’만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전 세계 PC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과점 구도를 개선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세계 2위 PC업체인 델이 리눅스PC를 판매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리눅스에 날개를 단 격이 됐다. 델의 움직임은 세계 각국에서 시나브로 일고 있는 리눅스 대중화에 더욱 불을 지폈다. 반도체 업체 인텔이 레드햇 리눅스와 기술 제휴를 맺고 데스크톱PC에 리눅스를 지원하기로 했는가 하면, 오라클을 위시해 IBM·NEC·HP·델·히타치·NTT데이터 등 글로벌기업은 일본 시장에서 리눅스 제품 판매를 위한 연합세력을 결성했다.

물론, 리눅스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공개SW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쓰는 대부분의 상용 소프트웨어는 윈도 OS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리눅스 환경에서는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MP3플레이어나 HDD등 일부 하드웨어도 리눅스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PC혁명을 선도해온 델이 리눅스를 상용OS로 보급키로 한 이상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 지 기대해 볼 일이다.

더욱이 십대에 IBM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마이클 델, 그리고 우주인이라는 명성과 남부럽지 않을 만큼의 재산을 가지고도 척박한 리눅스 세계의 개척자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마크 셔틀워스라는 두 명의 걸출한 스타가 있기에 리눅스의 앞길이 한층 밝아진 것은 분명하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우분투 란?

  우분투(Ubuntu)는 비영리 리눅스 프로젝트 데비안에서 파생됐다. 데스크톱용 제품이 대표적이지만 서버 버전도 있다. 여느 리눅스처럼 전 세계 리눅스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소스코드 연구에 참여한다. 마크 셔틀워스의 캐노니컬은 우분투 상용화를 주도하는 업체다. 마크 셔틀워스는 캐노니컬과 별도로 1000만달러를 기부해 우분투 연구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자칭 자애로운 종신독재자(self-appointed benevolent dictator for life)’를 줄여 그를 SABDFL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우분투라는 이름은 남아프리카어로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둔 인간애’를 뜻한다. 우리의 ‘홍익인간(弘益人間)’과 비슷한 개념이다. 우분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레드햇이나 수세 리눅스보다 개인이 사용하기 쉽게 개발됐다는데 있다. 전문가가 아닌, 윈도 환경에 너무나 익숙한 일반 사용자들도 다루기 편리하도록 윈도와 유사한 화면을 제공한다. 설치 시간도 비교적 짧아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30분 가량 소요된다. MP3파일이나 그림·동영상 파일 등도 대부분 지원되며 ‘베릴’ 등 일부 기능은 윈도를 능가하는 성능을 제공한다.

◆마이클 델, 마크 셔틀워스 프로필

▲마이클 델

-1965년 미 텍사스 휴스턴에서 출생.

-1984년 피씨스 리미티드(훗날 델컴퓨터->델로 개명) 창업.

-1999년 델을 미국 PC시장 1위에 올려놓음. 2001년 델, 세계 PC시장 1위 등극.

-2004년 케빈 롤린스에게 CEO직을 물려주고 회장에 취임.

-2006년 델, HP에 PC시장 1위 빼앗김.

-2007년 1월 위기에 처한 델의 구원투수로 CEO 복귀.

▲마크 셔틀워스

-197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 웰콤에서 출생.

-1995년 보안솔루션 업체 써트 컨설팅 창업.

-1999년 5억7500만달러 받고 베리사인에 써트 컨설팅 매각.

-2002년 아프리카 최초, 민간인 중 두 번째로 우주비행. 러시아 소유즈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서 일주일간 체류.

-2004년 영국 리눅스 업체 캐노니컬 창업. 우분투 개발 시작.

-2005년 우분투재단 설립. 1000만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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