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초’의 전산처리 속도 차이가 실적을 좌우하는 금융권으로 슈퍼컴 기술이 파고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 등 증권사들이 고난이도의 계산을 요하는 금융권 파생상품 분석과 개발을 위해 클러스터링·그리드와 같은 최신 슈퍼컴 기술을 속속 도입하거나 일제히 검토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골드만삭스 등 유력 증권사가 최대 슈퍼컴 고객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슈퍼컴퓨팅을 이용한 분석 시스템 개발에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꼽힌다.
관련 업계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준비중인 증권사 5∼6군데를 포함해 연말까지 10여개사가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MS 슈퍼컴퓨터 솔루션인 ‘윈도컴퓨트클러스트(WCCS)2003’과 클루닉스 분산병렬처리 미들웨어 솔루션인 ‘그리드센터’를 도입해 클러스터링 형태의 슈퍼컴퓨터를 상반기 중 구축, 슈퍼컴을 이용한 각종 파생금융상품의 가격 계산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개인용 PC를 활용해 파생상품 개발 분석 작업을 해왔으나,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서승석 박사는 “액셀을 많이 쓰는 기존 환경을 고려, 윈도 기반 슈퍼컴 도입을 결정했다”면서 “분산 처리가 가능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 도입하는 슈퍼컴퓨터를 사전 테스트 결과 최대 10배 이상 계산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메리츠증권은 그리드 솔루션을 이용, 금융 애플리케이션 병렬 처리에 나선다. 이 회사는 내셔널그리드의 그리드 솔루션으로 회사 내 각종 서버 컴퓨팅 자원을 묶고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장외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은 대형 서버에 장외 파생상품 리스크 솔루션을 올려 계산해왔으나, 1회에 1개 작업만을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해 작업 시간이 오래걸렸다.
메리츠증권 김성범 부장은 “다양한 시뮬레이션(배치 처리)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분산 병렬 처리함으로써 50∼80%까지 계산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에서 서버영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김근범 아프로 사장은 “골드만삭스 등 금융권이 석유 탐사 시뮬레이션 작업이 많은 정유회사와 함께 슈퍼컴을 가장 많이 도입하는 분야로 꼽힌다”면서 “국내에서도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슈퍼컴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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