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안고 있는 ‘개발자의 위기’는 곧 대외 경쟁력 추락과 성장 에너지의 실종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가진다. 하루빨리 산업 내부의 선진적인 개발 체계와 인력 양성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국 온라인게임은 세계 최초라는 명성을 잃고 경쟁대열에서 낙오될 공산이 크다. 몇몇 곪아터진 사안을 ‘성장통’으로 삼고 궁극적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선진화와 세계 시장을 향한 도약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채찍과 보상’의 이상적 모델 찾아야=게임업체가 관행적으로 개발자들에게 제공해온 동기부여의 핵심은 ‘돈’과 관련된 것이었다. 스톡옵션과 인센티브로 대표되는 금전적 보상만으로 회사가 개발자들에게 해야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여겨온 것이다.
하지만 회사 덩치가 커지고, 개발인력이 급증하면서 관리의 허점까지 커졌고 이는 금전적 보상이 개발자나 회사에‘독’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막 10년이 쌓인 산업 역사에서 20, 30년 뒤에도 개발자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전이 개발자 스스로에게나 게임 회사에 없었던 셈이다.
한 업체 대표는 “프로젝트 사내 평가(허들) 시스템, 개발자에 대한 상·하향 복합식 수행평가 등 개발 업무 자체의 성취욕과 지속성을 담보할 채찍이 늘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외 교류·연수 프로그램 확대를=개발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과 예산, 업무가 폐쇄되는 현 구조는 결국 개발자들의 일탈과 비리, 경영진과의 대립을 키우는 씨앗이 되기 쉽다. 이 같은 한국형 개발 모델은 자주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등 전 세계 게임개발자 모임에서도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전문가들은 40∼50년씩 산업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개발자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업무 교류나 파견 등에 국내 업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몇몇 업체는 해외 공동 개발, 해외법인 운영 등을 통해 이런 구조를 만들어 놓은만큼 이제라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우리 나름의 혁신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은 중견 게임개발사 J사. 창업할 때 사장과 함께 의기투합했던 핵심개발자 5명이 전혀 이탈 없이 주요 개발 프로젝트의 실장과 팀장으로 120여명의 전체 직원과 함께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다. 그 덕분인지 이 회사의 간판작은 지난해부터 국내외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전형적인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또 다른 소형 개발사 T사. 지금은 중견업체 1년 매출 500억원을 훨씬 능가하는 큰돈을 벌고 있지만, 한때 도산위기까지 몰렸던 개발사다. 도산 위기에서도 개발자의 자존심을 걸고 승부수를 띄웠던 사장이나 그와 함께 했던 여러 개발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회사 사장은 “성공의 달콤한 맛을 본 나를 견제하고, 계속해서 개발에 매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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