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계열화 관행을 깨자.’
국내 250여개 장비·재료업체 가운데 LG와 삼성에 동시 납품하는 회사는 20여개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관행으로 인해 삼성계열·LG계열이라는 수직 계열화 구도가 고착됐기 때문이다.
수직계열화는 산업화 초기에는 패널업체와 장비·재료 업체간 신속한 기술·경영전략 공유 등의 차원에서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같은 수급관계는 신기술 개발역량 분산, 장비·재료업체 수요처 축소 등으로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LG가 이번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창립을 계기로, 이같은 수직계열화 구도 타파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주목된다. 이를 위해 패널 4사는 수직계열화의 근거인 ‘JDP(조인트 디벨로프먼트 프로젝트) 판매제한 규정’을 완화하고 상호 교차구매가 가능한 품목에 대한 검토를 시작해, 이르면 올 하반기 수직 계열화 구도 타파의 첫 단추를 끼운다. JDP 판매제한 규정은 대-중소기업이 공동개발한 장비재료는 일정기간(통상 3년) 타 대기업에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한 CEO는 “수직 계열화 구도의 개선과, 이번에 대·대협력 차원에서 추진되는 기판 표준화의 성사 여부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기판이 표준화되면 자연스럽게 복수의 패널업체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 결과적으로 장비·재료업체 입장에서는 판매처가 확대되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납품가 인하를 통해 설비 투자비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계열화 타파는,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공동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그 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기술보안, 납품관리 등을 이유로 중소 협력 업체들을 ‘줄 세우기’를 했던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수요 대기업들은 패널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장비·재료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평가지원사업’을 확대 시행한다. 이는 수요 대기업 입장에서도 평가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내 중소 장비·재료의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디스플레이 후방산업 육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가지원사업은 수요대기업이 기술진을 파견해 장비업체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 완료한 장비의 기초성능을 평가하고 결과를 인증서 형태로 발급·교부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디스플레이업계는 LCD분야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초 성능평가 사업에서 양산평가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PDP분야는 신기술·신공법 분야를 대상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PDP업계는 평가지원사업을, 공동 R&D 및 공동구매까지 연계해 효율성을 높인다. PDP업계 관계자는 “PDP 장비·재료는 LCD에 비해 국내 기반이 취약해 PDP모듈 기업은 공급처 발굴은 물론 신공법개발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평가지원사업은 장비·재료 업체 뿐 아니라 PDP 패널 대기업들도 향후 장비·재료 국산화를 통한 공급처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디스플레이업계는 평가지원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올 하반기에 5년 단위의 중장기 평가품목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으로, 디스플레이 장비재료 국산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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