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u스쿨](2부)인프라에 발목잡힌 꿈나무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국 초등학교 보유 PC 성능별 구성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레딩FC에서 활약 중인 설기현 선수가 나온 학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 성덕초등학교는 수차례 소년체전과 지역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축구 명문’이다. 하지만 이 학교의 정보화 인프라는 ‘열악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5년 이상된 PC가 32대, 3∼5년된 PC는 70대에 이른다. 윈도98을 사용하고 있는 PC는 무려 90대에 이른다.

 김연순 정보담당 교사는 “CD 구동도 안 되고, 네트워크도 안 되고, 인터넷 검색도 되지 않으니 대부분 컴퓨터 교육 내용은 과제로 나가고, 워드 정도 사용한다”며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교생이 1177명에 이르는 성덕초등학교의 정보화 인프라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전북 임실초등학교. 30학급 규모의 임실초등학교는 전체 PC 90여대 중 절반 이상이 사용연수가 5년을 넘었다. 컴퓨터실에 PC 33대가 있지만 멀티미디어 수업이 가능한 것은 단 10대. 그나마 이 컴퓨터도 도교육청에서 실시한 정보검색대회 수상으로 얻은 부상이다. 대회 우승을 위해 학생들이 악착같이 ‘훈련’하는 이유기도 하다.

 서울 초등학교의 또 다른 예. 160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이 학교는 그 나름대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축에 속한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학교는 작년에 인근 타학교에서 ‘관리전환’용 PC 20대를 긴급 수혈했다. 펜티엄3에 윈도98 장착 PC를 급한 대로 교체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가 얻어온 PC는 ‘삼성전자 GR25’ 기종으로 2004년 조달청 등록 사양. 학교는 현재 256메가바이트(MB)의 메모리 용량을 512MB로 업그레이드해서 쓰고 있다.

 ‘e코리아를 넘어 u코리아’를 부르짖고 있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정보화 인프라 현주소다. 온 사회는 웹2.0 열풍으로, 지방자치단체는 너도나도 u시티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백년지대계의 첫걸음인 초등학교 울타리 안은 이처럼 낙후 그 자체다.

 정보화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은 우리 정부의 공식 지침이다. 재량학습으로 하는 컴퓨터 교육 외에도 교과의 10% 정도를 ICT에 이용하라는 게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지침을 따르기에는 교육 현실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파악한 초등학교 노후 PC(펜티엄1·2·3)는 24만여대로 38%를 웃돈다. 지역별로는 대구(54%)와 전남(54%) 지역이 가장 심각하다. 지역의 초등학교가 보유한 PC의 절반 이상이 노후 PC인 셈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훌륭한 학교도 있다. 최신형 노트북PC와 무선랜, 네트워크 프린터, 전자칠판이나 빔 프로젝터 등으로 구성된 ‘모둠학습실’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대부분 ICT 시범학교 혹은 개교하거나 신축, 리모델링한 지 2∼3년된 신생 학교다. 그러나 이 학교 역시 2∼3년 후면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데 모든 정보담당 교사가 동의한다.

 교단선진화 프로젝트나 학교 PC 보급을 중심으로 한 교육정보화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10여년. 지방분권화에 따라 교육행정 권한도 지자체로 점차 이관되고 있고, 학교정보화 관련 책임과 의무도 이미 지자체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2008년까지 펜티엄3급 PC를 모두 교체하라는 지침을 하달했지만, 지자체가 이를 얼마나 적극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