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되파는 얌체 `폰테크족` 성행

　대학생 정모군은 최근 1년간 휴대폰을 4번이나 교체했다. 그런데도 휴대폰 구입비는 고사하고 오히려 통화료까지 벌었다. 공짜폰을 번호이동으로 가입한 후 3개월이 지나 중고 기계로 되파는 방식이다.

일부 젊은층 사이에 공짜 휴대폰을 구매한 후 일정 기간 후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일명 ‘폰테크’가 화제다. 이통사 간 경쟁으로 공짜폰이 늘면서 이같은 행태가 조금씩 확산하는 추세다. 보조금 시장의 모순을 활용한 편법 행위지만 이를 막을 대안도 마땅치 않아 이통사들도 고심이다.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사용자가 더많은 혜택을 누리는 이용자 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3개월 후면 값이 올라가는 중고폰=흔히 중고제품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내리지만 휴대폰은 다르다. 3개월이라는 마법의 기간이 지나면 휴대폰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이같은 모순을 활용하는 게 폰테크다.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 조건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다른 시장 구조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모토로라 크레이저 단말을 구입할 때 번호이동 조건에 구입하면 100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보상기변시에는 1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심할 때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가격차가 30만원 이상 벌어진다. 공짜폰을 번호이동 조건에 구입한 후, 3개월이 지나 해지한 후 이동전화 회사를 바꾸기 싫어하는 기기변경 구매자에게 되팔면 차액이 생기는 방식이다. 번호이동시 들어간 가입비 3만∼5만5000원을 제외하더라고 10만원 상당의 차액을 남긴다는 얘기다.

◇대책없는 이통사=폰테크족은 여러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 형평성 측면에서는 문제를 드러낸다. 한 회사의 서비스를 오래 사용한 충성고객 보다 회사를 이리저리 바꾸는 메뚜기족이 더많은 혜택을 누리기 때문이다. 이통사에도 부담이다.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불법보조금까지 보태 휴대폰을 공짜로 제공했지만 3개월 만에 해지하니 믿지는 장사다. 그렇다고 이를 막을 딱한 대책도 없다. 3개월이라는 명의변경 제한도 사실상은 불법이다. 현행 보조금 규제에서는 사용기간을 한정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의무약정 자체가 위법이다. 다만 이통사와 대리점이 자구책으로 3개월 이전에는 명의변경을 해주지 않을 뿐이다.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공짜폰을 가져간 후 통화료가 발생하지 않으면 본사에서 대리점에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은 경우까지 발생해 대리점이 피해를 볼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와관련 이통업계 일각에서는 유럽 시장처럼 의무약정제를 다시 도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무약정제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줄이는 단점도 있지만 고객 형평성이나 이통사의 예측 가능한 사업에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폰테크’족은 현행 보조금 규제가 갖는 모순이 만들어낸 한 유형일 것”이라며 “이동전화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의무약정제를 새롭게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