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다음이 지난 2년간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채 다양한 장르의 캐주얼 게임을 다운로드 방식으로 가입자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온라인 게임, 캐주얼 게임 등 게임에 대해 등급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년 동안 300여종에 이르는 캐주얼 게임을 등급 심의 없이 불법적으로 가입자들에게 서비스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외국산 캐주얼 게임에 대한 높은 심의수수료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등급 심의를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다.
중소·벤처 인터넷 업체가 아니라 명색이 한국을 대표한다는 유명 포털 사이트인 다음이 기업 이미지 훼손까지 불사하면서 이런 실수를 저절렀다면 결코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버 생태계의 포식자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는 유명 포털 사이트라는 점에서 일거수 일투족이 관찰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다음 측은 “게임물 등급 심의 관계로 다운로드 게임 서비스가 일시 정지된다”며 “월정액 이용고객과 게임 구매 고객에게 전액 환불해주기로 했다”는 내용의 사과 공지문을 내걸고 서비스를 곧바로 중단했다. 고객들에게 충분한 사전 고지 절차 없이 서비스를 바로 중단한 것이 바람직했는지도 의문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일반적으로 불법 온라인 게임 유통을 밝혀냈을 경우 게임심사 의무를 알리고 심의를 거쳐 등급 거부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불법유통에 따른 법적 대응을 유예하고 있다. 이 같은 단서 조항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월정액과 구매 방식으로 이뤄지는 다운로드 게임 서비스의 성격상 한꺼번에 가입자들의 불만이 분출될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태의 전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입자 처지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다음 측이 높은 심의 수수료에 비해 수익성이 별로 없는 다운로드 게임 사업을 줄여 나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음이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라는 명성에 걸맞은 행동과 책임의식을 갖춰줄 것을 촉구한다.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사이트들이 앞장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사이버 세상을 건전하게 만드는 일은 요원하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등급 심의 체계 전반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게임위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그동안 사행성 게임에 대한 심의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의 게임심의에 대해선 등한시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사행성 게임에 대한 심의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만큼 앞으로 플래시 게임, 캐주얼 게임 등에 대한 더욱 분명한 입장 정리와 체계적인 심의 절차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온라인 게임, 캐주얼 게임 등에 대한 심의료 체계가 합리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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