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제52회 정보통신의날 특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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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IT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해법은 정부의 변화와 규제완화’

 최근 들어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IT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IT환경 변화에 걸맞은 정부의 역할 변화와 규제완화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통신과 방송 융합을 비롯해 산업 전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융합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융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과 산업은 발전하는데 규제만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제52회 정보통신의 날’을 앞두고 열린 ‘IT강국 선도전략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IT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규제완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주도의 IT발전전략이 IT코리아 1.0 시대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이것을 민간주도로 과감히 바꾸는 것을 통해 IT코리아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 최소화=임주환 광운대 석좌교수는 ‘IT강국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차기 정부는) 규제완화와 시장 중심주의 등 몇 가지 기본원칙만 두고 끌어가야 한다”며 “최근 정부가 혁신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혁신해야 할 부분은 규제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기술발전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결합현상을 규제하기에는 과거 산업사회에서 만들어놓은 규제체계로는 적절치 않아서다. 임 교수는 “정말 필수적인 규제만 남기고, 나머지는 규제를 풀어 활성화해야 한다”며 “규제를 풀면 IT뿐만이 아니라 산업간 융합도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IT산업의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우 교수(서울대)도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통신방송 융합에 따른 규제체계의 문제점과 입법방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IPTV에 기존의 강력한 규제는 불필요하다”며 “통신방송 융합환경에서 다양성 등 최소한의 것은 지상파에 대한 규제를 통해 달성하고, 그 다음엔 경쟁을 통해 (정책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자로서의 정부=규제기능을 줄인 미래의 정부는 규제기관으로서가 아니라 효율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 정부는 산업 내에서 또는 산업 간의 융합이 일어나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데 있어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IT산업이 지금처럼 발전하는데 정부가 중간에서 수요와 공급을 잘 조절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최근 어려움을 겪는 IT산업을 보면 여러 정책적 갈등 상황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산업간 융합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지식정보사회로 발전해가는 현 단계에서 IT가 독립적 인자로서가 아닌,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건설·유통·자동차 등 전 산업분야에 IT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침체돼 가던 공작기계 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하면서 지난 2004년부터 다시 수출이 수입을 앞지른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조정이 잘 안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은 의외로 크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이해관계 다툼으로 인해 4년을 허송세월한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의 △정책 미비로 인한 위성 및 지상파DMB 시작 지연 △관계부처 간 다툼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들의 대립으로 인해 제자리 걸음인 통방융합 논의 등이 모두 정부의 조정능력 미흡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효율적인 조정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상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IT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보완 방향으로 “신규서비스 도입을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고, 신산업 관련 부처간 역할 조정 및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산업간 융합을 대비한 부처간 역할분담 및 기업의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병기 한국통신학회장은 “제2의 도약을 위해 민간주도형 IT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세계 12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고,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에만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메가트렌드

: 정국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

 “경제활동에 필요한 것은 뱅킹이지 은행이 아니다”, “교육과 학습은 영원하지만 학교는 사라질 수 있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의 예측이다. 이 논리를 미래 정부 모습에 적용해보자.

 요즘 인터넷의 화두는 웹 2.0이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개념이기에 설명이 쉽지 않으나 전자정부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IT 발전에 따라 정보공유와 시스템 연계가 자유로워지면서, 다양한 조직의 연관업무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필요에 따라 통합됨으로써 조직간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상태”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지금까지의 익숙한 정부의 모습과 기능은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정부를 보게 될 것이다. 드러커의 표현을 빌리면 “국정 관리(governance)가 필요한 것이지, 현재의 정부(government)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미래연구에서는 가상정부라고 부른다. 90년대 논의되었던 가상기업 개념과 비슷하다. 독자적인 사무실이나 직급체계 없이 온라인에서 수시로 그 모습을 변경시킬 수 있는게 가상기업이다. 고객 욕구에 즉시 대응하며 외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형태이다.

 가상정부는 기관간 완전한 정보공유와 자유로운 양방향 의사소통을 전제로 한다. 각종 서비스를 원하는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제공하는 정부이다.

 현재의 정부는 국민이 신청하는 서비스를 생산하여 제공한다. 이 과정을 조금 쉽고 편리하게 바꾼 전자정부는 집에서 서비스를 신청하면 예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여 집까지 전달해준다. 가상정부는 여기에서 나아가 국민이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항상 대응 체제를 갖춘 정부이다. 국민이 정부에 접근하여 서비스를 받는 대신, 국민의 활동이나 이벤트에 따라 정부가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 입장에서는 개인화된 웹사이트(MyGov) 또는 ‘내 손안의 정부’를 통해 구체화된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개인이 창조한 자기만의 정부이다.

 가령 부동산 매입의 경우, 관련 기관 사이트에서 관련 정보가 매입자의 MyGov에 제공된다. 동시에 매매계약 및 거래신고(건교부), 취득세 납부(시군구), 소유권 이전등기와 등록세 납부(법원) 등 매입자가 할 일이 일목요연하게 한 화면에 보여진다. 행정 처리도 MyGov와 연결된 후선 부서에서 자동적으로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가상정부는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정부 모습이다. 웹 2.0과 같은 기술 이용환경을 수용하고, 변하는 고객 욕구를 신속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부 모습이다. 가상정부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미래 모습이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khjeong@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