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각) 폐막한 방송 콘텐츠 전시회인 ‘밉TV/밀리아’는 수많은 콘텐츠 업체와 구매자가 만나 거래를 하는 자리다. 조금이라도 더 싼 값에 사려는 구매자와 조금이라도 가격을 높이거나 다른 부가 이득을 얻으려는 콘텐츠 업체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휴대이동방송과 IPTV 등 새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구매 파워가 커지고, 방송 콘텐츠 수출을 확대하는 우리 업체들로선 이런 노하우를 하루빨리 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만남은 현장에서, 협상은 몇달전부터=많은 사람들은 ‘밉TV/밀리아’와 같은 견본시에서 적당한 콘텐츠를 찾아내 구매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런 즉석 상담과 구매는 흔치 않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 등에 따르면 대부분의 구매 상담은 견본시 3∼4개월 전부터 시작한다. 구매자는 기존에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보유한 업체를 찾아내고 연락을 취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락이 닿으면 온·오프라인을 통해 시놉시스, 콘텐츠 특징, 소구 대상,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견본시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는 것은 조건이 맞는 상태에서 실제 콘텐츠를 확인하는 수순이다. 실질적인 협상은 이 때부터 시작하지만 행사기간에 구매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판권, 가격, 독점 여부, 타 플랫폼으로의 배급 여부 등을 논의, 최종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기본적인 협상안(deal memo)만을 작성해 귀국해서 계약을 마무리한다.
물론 사전정보 없이 콘텐츠를 보고 구매 협상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는 전체 거래건수의 약 15%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에도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극히 드믈다. 구매자가 본사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판매자가 계약을 잘 이행할 수 있을 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적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업계 관계자들은 구매자든, 콘텐츠 업체 든 다양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이 콘텐츠 거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안택호 MBC 글로벌사업본부 해외사업팀장은 “결국엔 사람, 얼굴장사”라며 “견본시의 가장 큰 의미는 네트워크 형성이어서 행사기간 콘텐츠 판매 실적은 큰 의미가 없으며 판매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의 이정은 대리도 “대부분 사전 네트워크를 통해 구매를 시작해 사람 장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며 “밉TV/밀리아 같은 견본시는 바이어를 두루 만나고 바이어가 콘텐츠 제공 업체의 정보를 확인하는 자리란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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