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부회장이 강력한 육성 의지를 선언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전자제조업계도 최근에는 B2B 사업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추세다. 지금까지 기업을 상대로 영업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단품을 대량 공급하는 일회성 사업에 그쳤다. 전 세계 기업들이 신뢰할 만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브랜드 파워가 미흡한 탓에 B2B 시장에는 시선을 돌릴 여력조차 없었던 게 사실이다.
◇B2B는 생존 전략=삼성전자는 지난해 B2B 사업 강화를 전사적인 기치로 내걸었다.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일반 소비자(B2C) 시장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경쟁구도에 시장 규모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다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만큼 해외 기업고객들에 명함을 내밀 만한 힘을 갖췄다는 자신감에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에만 미국·영국·홍콩·프랑스·이탈리아 등 8개국의 주요 관공서·공항·호텔·유람선에 총 16건가량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삼성전자는 B2B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사내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납기 대응력과 사후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B2B 시장의 특성에 맞는 업무 환경을 갖추는 한편, 최근 B2B 전용 고객창구(1588-3336)와 전담 서비스 요원 100여명을 별도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B2B 전용 영업시스템(BTS)을 개설해 전문 유통점의 영업력에 힘을 실었다. 근래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시스템가전의 설치 시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감리사와 설치지도사를 증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 이달 초 국내 처음 개설한 B2B 전시장 ‘시스템 하우젠 갤러리’다. 장창덕 삼성전자 부사장은 “디지털 컨버전스 환경에서 우리가 보유한 수많은 제품과 기술력, 인력을 고객의 요구에 맞춰 종합적으로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국내 시장에 성공모델을 만든 뒤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시스템·빌트인 가전 제품군을 중심으로 최근 디지털 홈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B2B 사업을 크게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고범석 LG전자 상무(홈넷 사업팀)는 “디지털홈 시장은 주거환경에 따라 묶어 팔 수 있는 제품과 솔루션이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홈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무·업무 환경을 겨냥한 지능형 솔루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제, 시작이 절반=국내 전자업계에 던져진 B2B 사업의 당면 과제는 ‘첫 시도’를 성공적인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케팅·판매·물류·조달에서 내부 지원업무에 이르기까지 단품 대량 판매에 익숙한 탓에 솔루션 중심의 B2B 사업 경험은 전무하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이 최근 국내외 기업·관공서 시장에서 굵직굵직한 납품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고 있지만 개별 제품의 대규모 공급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많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개념은 그동안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처음 시작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IBM·HP 등 B2B 시장을 장악한 유수 기업들이 그 출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풍부한 자산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LG전자도 성공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기대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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