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통법, 본질을 살펴라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 등을 놓고 은행업계와 증권업계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정치권으로까지 싸움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업계는 여당과, 증권은 야당과 각각 손잡고 편을 갈라 대치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참석한 한국증권협협회 초청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주가지수 3000포인트 시대를 위해 자통법을 올 상반기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동석한 엄호성·서병수·유승민 등 한나라당 소속 재정경제위원회 의원들도 증권업계 편을 들고 나서면서 증권업계와 박 대표 진영 간 강한 유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 전 대표는 즉석에서 펀드청약서에 싸인하는 ‘제스처’를 보여주면서 확실하게 증권업계의 손을 들었다.

 이에 대해 다음날 열린우리당이 발끈했다. 박영선 의원은 12일 ‘다시 정경유착의 시대로 돌아가는가?’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박 전 대표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자통법 통과를 약속한 것에 대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자는 것은 금융시장 전체의 안전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정략적 목적에 의한 인기영합주의의 위험한 발상”이라며 ‘전쟁’을 선포했다. 또 “자본시장 관련법안이 영국, 미국에 비해 6∼7년 정도 늦었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법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록된 것”이라고 바짝 날을 세웠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는 이미 선진 자본시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 자통법을 추진해왔다. 이들 업계의 대립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한미FTA 체결로 금융업계의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때 금융업계의 ‘경쟁력’은 제쳐두고 정치권까지 나서 이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것은 볼썽 사납다.

 자통법은 오는 27일 국회 재경위 전체 회의에 상정, 이르면 오는 6월 국회에서 다뤄진다. 이 시기를 놓칠 경우 대선 국면 등에 밀려 올해 안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없다. 이제 업계간, 여야간 대립은 접고 자본시장의 자생력을 논의할 때다.

  황지혜기자·정책팀@전자신문, goti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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