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대북 관계가 모처럼 화해 무드로 바뀌면서 북한 IT인력 양성사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 IT인력 양성은 고급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견 벤처기업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13일 정식 개강하는 6기 ‘북한 IT인력 양성 교육과정’은 자바나 단순 프로그램 개발이 아닌 3D 애니메이션(그래픽·캐릭터 제작 등)으로 종전보다 더 전문화된 영역이라는 점에서 교육생이나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 모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왜 북측 IT인력 양성인가=북측 IT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은 남북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물론이고 단기적으로 국내 IT업체들이 부닥쳐 있는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도 모두 성립된다.
2001년부터 IT인력 양성을 토대로 한 남북 IT협력사업을 추진해온 문광승 하나비즈닷컴 사장은 “흔히 독일 통일과정을 빗대 남북 통일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부담이 클 것을 우려하면서도 정작 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 사장은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닥쳐서도 할 수 있지만 문화적·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 교육받는 이들이 10, 20년 후 북측의 주요 IT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갈 수 있는 우수한 인재라는 점에서 인력 양성사업은 통일 대비 남북의 사회적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중견벤처, 인력활용 주목=성공적으로 북측 IT인력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다산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다산네트워크는 하나프로그람센타 내 27명의 북측 인력만으로 구성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산네트워크 단둥연구소를 맡고 있는 박수영 소장은 “중견 벤처기업에 3∼6년 된 중고참 인력으로, 거기다 우리 사회의 우수한 인력에 맞먹는 인력 풀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다산에 이어 무선인터넷 전문기업인 인프라웨어도 10여명의 센터 인력 활용을 결정했다. 또 이번 애니메이션 교육 강사로 참여하는 엔씨소프트나 넥슨, 모스빌 모두 교육생의 현업 활용의 길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다. 문광승 하나비즈닷컴 사장은 “개발업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경력자의 고임금화 때문에 고민하는 국내 중견 벤처기업이라면 북측 IT인력 활용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고 권했다.
◇북측 IT인력 양성, 넓은 남북협력 정책으로 접근할 때=북측 IT인력 양성사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남북경협 자체가 국제 정세와 맞물려 널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북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지금은 긴장감이 덜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북측 IT인력 양성사업은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산하 ‘우리민족인재양성센터(공동대표 박찬모 포스텍 총장·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에서 주관한다. 민간 단체에서 진행하다 보니 예산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2007년 전체 예산은 최소 6억원이지만 현재 센터가 확보한 예산은 한마음남북재단에서 지원한 2억원으로 나머지는 통일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처지다. 센터 사무국의 라황균 간사는 “교육사업에 대한 강사료, 교재비, 연구개발비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측 박사급 인력을 교육할 수 있는 국내 파견 강사들에 대한 인건비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둥이 아닌 개성공단에 단둥의 하나프로그람센타와 유사한 IT인력양성센터나 연구소를 만들 필요성을 제기한다. 육로방문이 가능한 개성공단에 IT특구가 만들어질 경우 북측 고급 IT인력 활용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센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박찬모 포스텍 총장은 “북측의 SW 기술자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남북이 협력해 IT 분야의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우리 측 IT전문가의 육로 왕래 불허나 북측 IT인력의 남한 방문 불허 등의 걸림돌을 우선 해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단둥(중국)=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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