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을 견인해 온 IT·전자업계가 정작 코스피지수 1500시대를 여는 역사적 축제에는 초대받지 못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10일까지도 이어져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종은 최근 나흘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1500시대의 그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는 주요 IT기업이 실적 악화로 부진을 거듭하겠으나 실적 개선이 시작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증시 주도주로 재부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초대받지 못한 IT주=코스피지수가 1500고지를 정복하기 2거래일 전인 지난 5일 이후 삼성전자는 사흘째 내리막길을 걸었고 10일에도 1.03% 떨어지며 연속 하락일수를 4일로 늘렸다. 지난 2004년 4월 처음으로 60만원을 돌파하며 2년여 만에 코스피지수 900선 탈환을 이끌었던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필립스LCD·하이닉스 등 IT 대표기업이 포함된 전기전자업종도 코스피지수의 상승세에 동참하지 못했다.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 5.4% 하락해 같은 기간 4.5% 오른 코스피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이 같은 흐름은 특히 국내 경제가 한미 FTA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작용한 것과 달리 IT·전자업계는 실질적인 수혜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LG경제연구원의 박팔현 연구위원은 “IT기업은 이미 개방된 환경에서 글로벌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에 타 업종에 비해 FTA 수혜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 수혜 제외=한미 FTA 영향 외에 주요 기업의 실적부진 전망도 역사적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부 증시 전문가 그룹이 1500선 돌파를 자축하는 보고서를 쏟아내는 사이 또다른 전문가그룹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보고서를 토해내고 있다. ‘당초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할 전망이다’(메리츠증권) ‘1분기 예상 실적을 추가 하향한다’(굿모닝신한증권) 등의 경고가 잇따른 것.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부진 배경으로 △핵심 사업인 메모리사업의 시황 악화 △메모리 생산라인 간 공정 이전 부담 △기업 고유의 불황 감내력 저하 등을 꼽았다. 하이닉스·LG필립스LCD 등에 대한 시각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한국증권은 메모리 시장의 성장률 둔화를 이유로 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10일 영업이익 적자를 담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필립스LCD도 적어도 2분기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점쳐졌다.
◇가을엔 초대장 받을 것=다행히 전문가들은 IT기업의 실적이 1분기 또는 2분기 중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진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비스타 효과 가시화와 디지털TV 수요 증가에 힘입어 메모리 및 디스플레이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미래에셋증권의 임홍빈 연구원은 “현 시점은 반도체 사이클의 저점을 통과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D램 단가 하락 둔화 및 출하량 증가 △낸드플래시 공급부족 지속으로 인한 입지 확대 등에 따라 다음 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상승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IT팀장도 “하반기 들어 디스플레이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급구조가 안정돼 관련 업체의 실적도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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