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마링·리밍 지음, 지해범 옮김, W미디어 펴냄, 1만3000원.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와 지리적이나 정치·경제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는 나라다. 중국은 작년 우리나라와 교역규모가 1350억달러로 최대 교역국이며, 6자 회담을 통해 남북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해 있다. 특히 올해는 한·중 수교 1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오는 10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서울에서 열릴 ‘한중 교류의 해’ 개막식에 맞춰 우리나라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6자회담 합의 후 후속조치를 비롯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양국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한미 FTA 협상이 종료되면서 다음 FTA 협상 대상국으로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13억 중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서민 총리 원자바오는 ‘연예 스타’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국민적 인기스타가 된 데는 몇 가지 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
2006년 1월, 원자바오 총리가 춘절을 맞아 한 농가를 찾았을 때 그가 입은 점퍼가 11년 전 입은 점퍼와 같은 것이란 사실을 한 네티즌이 발견하고 1995년과 2006년의 사진을 함께 인터넷에 올린 일명 ‘11년 된 점퍼’ 일화다. 이때 중국의 수많은 네티즌이 감동해 다른 사이트로 퍼나르기 시작, 순식간에 23만개 사이트에 원자바오 총리의 점퍼 이야기가 실렸고 수많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2006년 5월에는 호주 캔버라를 방문, 현지 중국인 교민들을 접견했을 때 현장의 의자가 부족하자 원자바오 총리는 70세 이상 노인을 자기 옆자리로 모셔 앉히며 “의자를 노인들에게 양보하라”고 지시한 일화도 유명하다. 또 7월에 허난성에서 2년 전에 원자바오 총리 운동화를 수선한 신발 수선공에게 똑같은 밑창을 다시 수선받은 일도 언론에 보도돼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원자바오 총리의 행보에 대해 중국 국가 지도자의 움직임은 선전과 홍보 성격이 강하고 모든 언론보도가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짜인 각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원자바오 총리가 천성적으로 검소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이 각본인지 아닌지 별 관심이 없다.
원자바오 총리는 농촌 시찰을 가더라도 현지 정부가 정해 놓은 코스나 면담 인물 대신, 엉뚱한 곳에서 차를 내려 현지 주민을 만나 수행하던 관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로 이미 유명하다.
지난 2003년 취임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함께 지난 5년간 중국을 미국에 버금가는 ‘떠오르는 초강대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에 이은 제4세대 지도자 그룹의 핵심으로, 매년 10%가 넘는 고도성장의 경제력과 중국어를 기본으로 하는 소프트파워를 동원,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동 지역에서 에너지 확보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책은 원자바오란 인물을 통해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는 데 매우 유용한 책이다. 젊은 시절 문화혁명 시기에 이들 지식 청년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게 되는지,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서부 대개발 사업이 어떤 연유로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톈진 출신의 한 소년이 어떻게 중국 경제라는 항공모함의 조타를 거머쥐고 13억의 살림을 꾸려가는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원자바오’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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