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 모씨는 최근 딸의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종합 가전 양판점에 들렀다가 가격표를 보고 두 번 놀랐다.
고급형 에어컨과 양문형 냉장고 2007년형 신제품 가격이 400만원대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반면 3년 전만 해도 600만원대이상이었던 프리미엄급 50인치 PDPTV는 300만원대초반이면 살 수 있다.
이처럼 평판 TV 가격이 수년간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비해 에어컨·냉장고 등 백색가전 제품의 가격은 최근 몇 년간 10∼15%씩 꾸준히 상승, 같은 가전 제품군이지만 상반된 가격 변동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LCD·PDPTV 등 평판TV가 수요 증대에 따른 안정적 패널 공급 등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데 비해 백색가전은 최근 몇 년간 ‘인테리어 가전’을 표방하는 프리미엄 가전화가 급진전되면서 원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주요 가전 기업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양문형 냉장고·에어컨 최고급 모델의 가격이 매년 최소 10%에서 최대 30% 이상까지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TV 중 가장 고가 모델인 50인치 이상 PDPTV의 가격은 지난 2005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23평형대 스탠드형 에어컨 최고가 모델 출고 가격은 342만 원으로, 2006년 동급 제품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도 LG전자의 신제품은 최근 3년간 10만∼20만원 씩 상승해왔다.
내수 시장에서 LG전자의 연간 냉장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2005년 61만 3000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70만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대우일렉도 2007년 에어컨·양문형 냉장고 신제품 가격은 지난해보다 10% 올랐다.
주요 기업들이 생산 공정 혁신과 대체 소재 개발 등으로 원가 상승 노력을 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색 가전 가격이 떨어지기보다 오히려 상승하는 배경에는 ‘프리미엄 가전 전략’이 주요인인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특히 기업들이 ‘가전의 가구화’를 선언, 에어컨과 양문형 냉장고에 화려한 디자인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로봇청소 기능, 듀얼 인터쿨러 등 에어컨에 신기능이 추가되는 것도 재료비 상승의 요인으로 꼽혔다.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디자인이 고급화되면서 유리 판넬 가격이나 까다로운 디자인 공정 등에 비용이 추가되는 데다 백색가전은 TV처럼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많지 않다”며 “주요 기업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한 가격 인상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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