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국판 게이츠·잡스를 기다리며

 “나에게는 단순한 믿음이 있다.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빌 게이츠 저서 ‘생각의 속도’(1997년)

 “나에게 애플을 구할 수 있는 계획이 있다. 완벽한 제품, 완벽한 전략이라는 것만 말하겠다. 하지만 애플의 누구도 내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것이다”-스티브 잡스 ‘포천’ 인터뷰 (1995년 9월 18일)

 무한경쟁에 돌입한 글로벌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PC 시장 부동의 1위 델이 소비자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온라인 판매만을 고집하다가 지난해 3·4분기 연속 HP에 덜미가 잡히고 한때 아이아 코카라는 ‘경영의 귀재’를 만나 승승장구하던 크라이슬러는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이제는 중국업체에 인수될 위기에 놓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해에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없어진다. 부침이 심하다보니 CEO가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컴팩과 합병을 성사시킨 HP의 여걸 칼리 피오리나도 결국 쫓겨나갔다.

 이런 글로벌 IT업계에서 지난 30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더 나아가 시장을 리드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빌 게이츠 MS 회장과 스티브 잡스 애플 CEO다. 두 사람은 1955년 동갑내기다. 그러나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었다는 점과 글로벌 IT업계 리더라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선 성장과정이 판이하다. 게이츠는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고 컴퓨터에 대한 열정이 그를 명문 하버드대학과 이별하게 했지만, 잡스는 대학원생인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후 가난한 집에 입양됐고 결국 돈이 없어 대학을 그만두어야 했다.

 또 게이츠는 사업 기반을 소프트웨어인 윈도에 두고 창업 이래 큰 어려움이 없이 아직도 승승장구하는 반면에 잡스는 하드웨어인 PC에 주력했고 한때는 자기가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시대 대표적인 글로벌 아이콘인 게이츠와 잡스가 지난 97년 MS와 애플이 제휴하면서 영상을 통해 만난 이후 무려 10년 만에 이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디지털(D) 콘퍼런스’에서 해후한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디지털 혁명의 배경에서 향후 사업 전략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누구보다 발빠른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게이츠는 윈도의 차기 버전인 윈도비스타 출시는 물론이고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에 이은 울트라 모바일PC 시장 진출, 스마트폰 사업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잡스도 MP3플레이어 아이팟의 성공에 힘입어 차세대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애플TV, 이어 플래시메모리를 장착한 노트북PC 사업에까지 나선 상황이다.

 얼마 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삼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5∼6년 내 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선진국과 중국·인도 등 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우리나라의 현재의 모습을 경고하는 의미다. 지금 이 대목에서 우리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새삼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윈도와 매킨토시라는 자기들의 텃밭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시대에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되기 십상이다. 또 컨버전스라는 기술 트렌드는 조금만 뒤떨어져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하는 이때 우리나라에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스타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과연 꿈같은 일일까.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