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기술’과 ‘경영’의 결합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교육을 혁신하는 데 관심을 높여 왔다. 미국은 현장 중심 교육과 함께 글로벌 연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영국은 경영혁신의 수단으로 MOT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최고의 기술경쟁력에 비해 기술사업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MOT를 발전시켜 나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에서 MOT는 선진국의 장점을 살리면서 우리 기술·경영문화에 맞는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연간 1만명 학위 취득=미국은 지난 86년 국립연구위원회(NRC) 주도로 MOT 활성화 논의를 시작했고 현재는 300여 대학에서 연간 1만명 이상의 MOT 학위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경쟁력위원회에서 ‘과학과 경제학을 동시에 전공하는 전문과학 석사를 전국으로 확산하고 학생들에게 연구와 사업화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황준석 서울대 교수는 “미국 대학들은 현장 중심 교육과 국제화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을 갖고 있다”며 “기업체와의 연계는 물론이고 글로벌 네트워크 교육체계 확립에 힘쓰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UC버클리의 MOT 프로그램은 경영대 26명, 정보대 8명, 공대 16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됐다. 공대와 MBA 출신 학생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설명이다.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 등 유수의 산업기관과 인턴십을 맺는 등 현장 중심 교육을 지향한다. 공대로 유명한 MIT도 정책연구소를 설립, 운영하는 등 MOT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 ‘기술경영’이 ‘혁신경영’=영국은 90년대 이후 기술경영에 관심을 높여 왔다. 학제적 전통으로 유명한 케임브리지대학도 2001년 경영대학원에서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석사과정을 두고 있고, 임페리얼공대 경영대학원도 최근 가장 활발히 기술경영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영국의 대학들은 특히 기술경영을 혁신경영의 관점으로 확대 중이다. 김병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영국에서는 단순히 기업의 연구개발관리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벗어나 기술혁신 전 주기 차원에서 MOT를 활용하고 발전방향을 찾고 있다”며 “과학기술정책과 혁신경영 분야에서 이미 탁월한 실적을 낸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자체 연구성과를 가진 기관들이 이를 교육과정에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적 MOT를 극복 중=일본은 현재 시바우라공대·와세다대 등 10개 대학에서 MOT전문대학원을 운영 중이고 250개 학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전문대학원·일반대학원·사설기관 등 MOT 관련 교육을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경영전문직대학원협의회 등 MOT에서 대학 간·기관 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은 초기에는 미국 등이 진행했던 MOT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따랐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추세에 대응력은 떨어지지만 이를 통해 개량형 제품 개발 등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기술강국 지위에 오른 일본은 이제 따라잡는 형태의 프로그램보다는 새것을 개척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고에 올랐지만 기술력에서 미흡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국 외 MOT 설치대학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