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 싸우는데 어른들이 끼어 얼굴을 붉힌다는 것은 좀 낯뜨거운 일이다. 하지만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 이해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어른들 싸움 때문에 아이들이 싸우는 일은 별로 없다. 한 동네에 부모들이 사이가 안 좋은 두 집이 있어도 아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같이 노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모들이 ‘나는 저 집 부모란 사이가 안 좋으니까 너도 저 집 아이랑 놀지 마’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최근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중계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러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선수들이 속한 각 경기단의 모임인 한국e스포츠협회와 협회로부터 프로리그 중계권을 산 IEG가 온게임넷·MBC게임 두 게임방송과 싸우고 있다.
지난 9일 1차 협상 결렬 후 이뤄진 막후 접촉을 통해 타결의 분위기로 가는 듯 했으나 이번에도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그리고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금요일. 각 경기단은 MBC게임 개인리그 MSL 예선에 참가 중이던 선수들을 철수시켰다. 선수들은 컴퓨터를 끄고 경기장을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분노한 팬들은 인터넷에 격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토요일 열린 이벤트 경기인 ‘온게임넷 신한은행 스타리그 마스터즈’ 행사장 앞에는 작금의 사태를 항의하는 1인 시위까지 등장했다.
e스포츠를 프로스포츠로 정착시키고 판을 키우자는 협회 및 게임단의 입장, e스포츠가 아직 중계권 제도를 감당하기엔 판이 작고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방송사 주장 모두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동업자’로서의 고민이 담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의 기반인 팬과 선수를 판에서 몰아내고 무슨 동업을 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에 인생을 걸고 밤을 세우며 연습했던 선수들에게 뭐라고 설명하겠는가? 그 어떤 스포츠 팬들보다 더 열정적인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는?
아이들 싸움은 어른 싸움이 될 수 있다. 세상살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른 싸움 때문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줘서그들의 꿈까지 앗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의무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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