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초고속 시장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이 독주하는 TV포털 시장에 KT가 최근 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제2의 초고속 시장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KT는 최근 콘텐츠 강화 및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통해 메가패스TV 가입자를 올해 3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IPTV에 올인 하면서 하나TV 행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KT가 뒤늦게서야 하나TV를 겨냥한 대응 마케팅을 시작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TV포털 시장도 2000년 당시 초고속인터넷 시장처럼 ‘하나로 선점-KT 뒤집기’ 구도가 재현되지 않을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KT 행보에 잔뜩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제2의 초고속 시장과 같은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 전략을 고민했다.
◇초고속 시장 하나로의 짧았던 봄=1999년 4월. 하나로텔레콤이 처음으로 하나포스라는 ADSL 초고속 서비스를 내놓았을 때 반응은 대단했다. 당시 Kbps급 ISDN 기술이 인터넷 서비스의 근간이었기 때문에 Mbps급의 ADSL은 그야말로 초고속이라는 말이 최적의 표현이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도 우리나라 통신 시장의 모멘텀 2개를 CDMA와 더불어 하나로의 ADSL 서비스로 꼽을 정도다.
네티즌의 호응을 얻었던 하나로는 2000년 5월까지 기분 좋은 독주를 누렸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00년 4월부터 메가패스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 KT에 단숨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2000년 6월 23만여명이 무더기로 메가패스에 가입하면서 결국 KT에 전세가 역전됐다. 하나로 가입자 44만명 대 KT 55만명. 하나로의 1년 2개월의 짧은 독주도 끝이 난 것이다.
그때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하나로가 KT를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가 됐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던 하나포스의 광고 카피가 무색해졌다. 올 1월 KT와 하나로의 초고속 가입자 수는 638만명 대 366만명으로 2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TV포털도 초기 모양새는 흡사=현재 TV포털 시장의 모양새는 초고속 시장과 흡사하다. 지난해 7월 하나로텔레콤이 하나TV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최근까지 기분 좋게 순항했다. 히트작 콘텐츠 소싱과 타깃 광고가 주효해 지난해 말 20만 가입자 돌파에 성공했다. 올 3월 현재 가입자 36만명으로 올해 100만명 돌파가 목표다.
KT가 뒤늦게 지난 1월부터 부랴부랴 메가패스TV 마케팅에 나섰다. KT는 메가TV(옛 홈엔)라는 VoD 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IPTV에 집착해왔기 때문에 가입자 확대에 주력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하나TV 가입자 확대로 KT 초고속 가입자의 이탈 우려도 불거졌다. KT의 한 관계자는 “1월 당시 내부적으로 ‘도대체 하나TV가 왜 저렇게 승승장구하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IPTV 서비스 이전에라도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1월 1만명에 그쳤던 메가패스TV 가입자는 현재 3만명으로 늘었다. 물론 아직 격차가 커 올해 당장 뒤집기는 힘들다. 그러나 KT는 최근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나서는 한편 7월 다운앤플레이 서비스 시작 등 여러 가지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하나로 “콘텐츠 비즈니스는 달라”=하나로텔레콤도 제2의 초고속 시장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초고속 시장의 경험이 워낙 아픈 기억이기 때문에 KT의 움직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사업과 TV포털이라는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TV포털은 콘텐츠 비즈니스기 때문에 초고속 시장처럼 자금력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도 “하나TV는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와의 싸움이 더 중요한 비즈니스”라며 KT의 행보를 의식하지 말 것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KT는 이에 대해 “하나TV가 계기가 됐을 수는 있지만 메가패스TV 서비스는 IPTV 지연 등을 감안한 자체 일정에 따른 전략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을 신경 쓰지는 않겠지만 1등은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인 셈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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