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IT, 차세대 슈퍼컴 사업자 선정의 의미

 이번 결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IT)과 본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국내에 슈퍼컴 공동 연구센터를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차례 유찰, 재검토를 이어왔던 KISTI가 초병렬시스템부문(MPP) 사업자로 한국썬을 선택한 것은 슈퍼컴의 성능·범용성·개방성 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무엇보다 본사와의 기술 협력 제안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ISTI -선, 강력한 파트너십 결성=실제로 한국썬은 마지막 협상 단계에서 본사 고성능컴퓨터 연구센터의 서브센터를 KISTI에 오픈하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본사 연구 인력이 KISTI에 파견되는 것까지 포함됐다.

 슈퍼컴 관련 교육 사업도 모두 무상으로 제공된다. 협상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눈가리고 아웅’ 수준의 협력 관계가 아닌 진정한 기술 협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면서 “향후 KISIT와 선은 차세대 슈퍼컴 기술 확보를 위해 상당 부문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 HPC 관련 연구의 무게 중심을 아시아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KISTI 딜에 앞선 일본 동경 공대 슈퍼컴도 선이 NEC와의 공조로 수주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컴 후발 주자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가 HPC 분야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세계 슈퍼컴 시장에서 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질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HP-인텔 라인 완패=한국썬은 AMD 옵테론 기반의 서버로 250테라플롭스 규모의 슈퍼컴을 제안했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대용량 컴퓨팅 부문에는 한국IBM이 사업자로 결정돼 파워 프로세서 기반 유닉스 서버가 들어간다.

 반면, 막강 라인으로 꼽혀온 HP와 인텔은 어느 분야에도 자사 시스템과 프로세서를 공급하지 못해 그야말로 ‘피눈물’을 삼키게 됐다. 이 때문에 협상 결과의 숨은 주인공은 AMD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AMD는 공동 연구와 투자, 본사 인력 파견 등을 제안해 한국썬이 MPP 부문 사업자로 결정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슈퍼컴이 본격 공급되는1∼2년 후면 국내 x86서버 시장판도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미래전기·사조건축·한빛기연 등 슈퍼컴 4호기 관련 기반 시설 사업자도 모두 선정돼 KISIT 국가 슈퍼컴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미니인터뷰>이지수 슈퍼컴 KISTI 4호기 슈퍼컴 협상 단장

- 각 사업자 선정 배경은.

▲한국썬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성능치와 협력방안을 제안했다. 선이 그리는 유틸리티 컴퓨팅과 그리드 전략이 KISTI와 지향하는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다. 한국IBM은 막판에 협상이 지지부진한 점은 있었지만, 중소기업과의 협력방안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 KISIT 슈퍼컴 4호기 의미는.

▲국가 슈퍼컴퓨터 필요량의 30%를 KISTI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신약개발 등 국가 연구 프로젝트에서도 KISTI가 큰 기여를 할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썬·한국IBM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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