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안전 운행에 필요한 핵심장치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강국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지만 그동안 전량 외산 제품에 의존하던 핵심부품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연구센터 김형모 박사팀은 최근 커브 주행시 자동차 바퀴의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차동제한장치’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가 커브길을 주행하게 될 때 내측의 바퀴는 작은 원을 그리고 외측의 바퀴는 큰 원을 그리게 됨에 따라 내측과 외측 바퀴는 서로 다른 회전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이어에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해 타이어가 조기에 마모되고 회전 주행 역시 불안정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가 차동제한장치다. 미끄러운 길이나 진흙 등에서 한쪽 바퀴가 헛돌며 빠져나오지 못할 경우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김 박사팀이 개발한 차동제한장치는 ‘헬리컬기어식 차동제한장치’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다판식 장치와는 달리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클러치 마모정도에 따라 차동제한력이 영향을 받지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김 박사팀의 장치는 기어 각 부의 치합(Tooth Meshing)과 반력(Separating Force), 헬리컬 기어의 부하, 그리고 배부요소들의 마찰조합에 의해 차동제한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회전력은 피니언 기어를 통해 양 바퀴에 연결된 사이드 기어에 전달되도록 하고 회전중에는 피이언 기어가 회전하면서 양 바퀴의 회전 차이를 보정하게 된다. 헬리컬기어를 사용하면서 소음을 크게 줄여 전륜 구동차량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헬리컬기어식 차동제한장치를 만드는 핵심은 헬리컬 기어의 설계 능력이다. 독자적인 시뮬레이션 설계 및 해석 기술을 활용, 단기간에 헬리컬 기어 타입의 차동제한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김형모 박사는 “컴퓨터이용공학(CAE) 해석과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생산과정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우리는 장치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금속을 깎는 방법을 이용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금형을 떠서 개발하는 방법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개발 기술의 사업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번 기술이 국내에 수입되는 차동제한장치를 대체할 경우 연간 25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 박사는 완성차 메이커들이 필요로 하는 차종에 대한 타깃을 명확히 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김 박사는 기술이전 기업에게는 상품화때까지 기술자문을 계속할 것도 약속한 상태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6개 업체 정도만이 관련 장비를 만들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전량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에서 사업화한다면 수입대체 효과 및 자동차 부품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해외서 러브콜 잇따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형모 박사팀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자동차 부품업체인 승인정공으로 기술이전했다. 계약금은 1억원, 로열티는 5년간 매출액의 5%를 받는 조건이다.
이와 별도로 김 박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계기로 미국 마그나 파워트레인사로부터 개발기술 연구과제도 수탁받았다. 파워트레인사가 기술개발에 필요한 20만달러를 김 박사팀에 전액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마그나 파워트레인사는 세계 4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BMW·크라이슬러, 포드, GM 등과 거래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다. 김 박사팀이 수행하게 될 연구과제는 자동차 동력분배장치에 적용하는 ‘CASE(Crossed Axis Single Enveloping) 기어 드라이브’를 개발하는 것이다.
김 박사는 “CASE 기어드라이브는 기존의 4륜구동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움직이는 동력분배장치를 만드는 기술과 장치로 파워트레인사는 그 1단계 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해 왔다”며 “관련 기술이 완성되면 4륜 구동차의 제조공정이 크게 개선하고 구성부품의 단순화를 이룰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 및 로봇 관련 회사에서 연구개발 경험을 쌓았다. 그가 생기원 광주연구센터에 온 것은 지난 2005년 5월이었다.
김형모 박사는 “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곳인데도 막상 기술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보면 주 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이 소극적인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며 “연구자들의 기술개발은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그동안의 소감을 말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