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초대 지사장의 조건은

 “나도 다국적기업 지사장에 도전해 볼까?”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는 전문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지사장’을 꿈꾼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게 다국적기업 지사장의 조건이다. 외국어에 능통해야 함은 물론 글로벌 문화와 시장에 대한 지식, 정보기술(IT) 노하우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정보력 또한 남보다 한발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컴퓨팅 기업 지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초대 지사장의 ‘기회와 위기’ ‘재미와 고충’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아이실론코리아 이찬구 지사장, 옵스웨어코리아 신재성 지사장, 리버베드코리아 김재욱 지사장, 아코피아코리아 김점배 지사장, 데이터도메인코리아 강민우 지사장 5명이 참여했다.

 ◇처음 맺은 인연이 중요하다=초대 지사장은 대부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알던 인맥이 추천한다. 인터뷰한 5명 지사장의 경우,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100% 평소 알고 지내던 아태 지역 보스가 자리를 옮기거나, 한국 지사 설립을 검토하면서 지사장 자리를 권유받았다.

 신재성 옵스웨어 사장은 PTC코리아 상무 출신. PTC에서 알고 지내던 10년 지기 아태 지역 보스가 옵스웨어로 자리를 옮기면서 ‘함께 일해보자’고 신 사장을 설득했다. 아이실론 이 사장과 아코피아 김 사장, 데이터도메인 강 사장은 각각 한국썬과 넷앱코리아, 백본소프트웨어 근무 시절 만났던 아태 지역 사람들의 추천이 있었다.

 리버베드코리아 김재욱 사장의 경우에는 리버베드 아태지역에서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가 한국지사장이 된 케이스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헤드헌팅업체 관계자는 “초대 지사장은 본사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태 인맥을 안다고 무조건 지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실론의 경우, 지사장에 도전한 사람만 10여명, 최종 라운드에서도 6대 1이나 됐다. 이찬구 지사장은 “최종 인터뷰에서 정교한 비즈니스 계획이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초대 지사장 제1업무 ‘인지도’ =초대 지사장의 역할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보통 2∼10명 규모의 직원수로 출발하기 때문에 영업은 물론 마케팅, 채널 지원 등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와 제품에 대한 시장 인지도 높이는 일이다. 데이터도메인코리아 지시장은 “초대 지사장의 경우, 첫 해부터 매출 목표를 높게 받지 않는다”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 이름과 솔루션의 기능을 적극 알리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성 옵스웨어코리아 지사장은 “HP, IBM 등 대형 업체들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 높이고 제품 기능을 설명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고객들이 찾았던 솔루션이 바로 우리 제품이라고 이야기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회와 위기=스토리지 가상화 업체인 아코피아코리아 김점배 지사장은 “다국적 기업 초창기 법인의 경우, 시장이 열리면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하는 사람들한테는 좋은 기회”이라고 말했다. 스톡 옵션을 받아 비즈니스 성장에 따라서 경력도 한단계 점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세팅’ 작업이 그렇듯이 초대 지사장의 업무는 고되다. 회사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능력있는 인물이 스스로 취업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 인맥을 동원해 ‘동업자’를 찾아야 한다.

  초대 지사장도 법인 설립 후 2년 이상 지나면 매출에 ‘목숨’ 걸어야한다. 경력 관리도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부담이다. 한마디로 다국적 기업 초창기는 벤처와 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분위기라는 것. 인터뷰에 응한 5명의 지사장은 모두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시장 분석을 했고 장래성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지사장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조언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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