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다음 사항의 공통점은? ‘북한, 대만독립, 달라이 라마, 파룬궁, 톈안먼 사태….’

 정답은 중국 정부가 가장 껄끄러워 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또 다른 답은 중국 관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중간의 통역이 주의를 당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먼저 북한문제는 사회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체제가 다른 한국과 교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순된 선택이다. 또 대만독립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원칙이다. 달라이 라마 추방 즉 티베트 독립 불가는 한족과 200여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을 지탱하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틀이며 파룬궁 문제는 1억이 넘는 파룬궁 수련자의 집단화가 사회 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톈안먼 사태는 지난 1989년 6월 4일 대학생을 포함한 시위대 수천명이 베이징시 자금성 앞 장안대로에서 민주화, 부패척결 그리고 인권을 외치며 평화로운 연좌시위를 벌였을 때 중국 당국이 지방의 군대를 불러들여 무자비하게 진압한 부끄러운 역사다. 이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죽었는지 모르며 아직도 중국 정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얼마 전 후진타오 중국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터넷 문화를 건전하게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인터넷 문화는 중국 전체 민족의 사상과 도덕, 과학문화 고양에 유리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상공작 선전을 확대하는 데 아주 유익한 근거지라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후 주석은 정부 각료와 공산당 간부들에게 인터넷 감독을 강화하고 인터넷으로 표출되는 여론을 장악하기 위해 신기술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주석 취임 이후 인터넷 검열 및 규제와 관련된 가장 강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불온한 내용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처벌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흔히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고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주의 중국도 개방화 물결로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는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PC방도 쉽게 눈에 띈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1억3700만명으로 이는 13억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며 매년 24%의 성장률을 보여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중국 정부는 인터넷 정책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는 정보화에 적극 나서면서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인터넷의 익명성이나 속보성이 가져다 줄 체제 위협은 용납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 상하이를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대규모 반일시위에서 대학생이 주도적으로 인터넷에 격문성 글을 올리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시위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칼끝이 정부를 향할까봐 전전긍긍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의 양면성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개방된 공간이다.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는 인터넷이 시위 참가자에게 참가요령 및 장소, 시간 등을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리는 효율적인 수단에서 점차 새로운 시위 공간 그 자체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인터넷은 ‘피플 파워’를 결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 것은 구글·야후·MS 등 미국의 주요 IT 기업이 미 정부에 중국 등 여러 국가의 인터넷 검열에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중국이 더는 경제성장에 걸맞지 않은 통제와 검열로 민의를 외면하려 든다면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