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처럼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은 가능할까?
지난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의 주인공은 폴리아세틸렌에 요오드를 입혀 전기전도도를 무려 10억 배나 높인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이었다. 그러나 이 플라스틱은 공기에 노출시키면 쉽게 부식돼 제품으로 만들 수 없고, 전기가 통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금속의 특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국내에서 이광희 교수팀(부산대)과 이석현 교수팀(아주대)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현상을 통해 분자가 잘 정렬되도록 하는 ‘자기안정화 기법’을 사용해 ‘폴리아닐린’이라는 새로운 전도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폴리아닐린은 이전의 폴리아세틸렌보다 월등히 높은 전기전도도를 보였으며, 전도성 고분자로는 최초로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전기저항도 낮아지는 ‘금속의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네이처’지에 실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이제 전기가 흐르는 플라스틱이 기존의 금속 전기·전자 기기들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외부충격에도 강하며, 마음대로 성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플라스틱 디스플레이, 속까지 다 비치는 투명 전자제품, 기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무게의 전자파 차단장치 등 그 활용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제3의 플라스틱 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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