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금융정보 해외 이전 허용 시사

 13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양국이 한국 내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국내 금융전산망의 안정성과 국내 금융IT 시장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날 협상에서 미국 측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FTA 협정에서 제외하는 대신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내 금융정보를 본사를 비롯한 해외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고 우리 측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우리 측 신제윤 금융서비스 분과장은 “미국이 요구해온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을 허용하는 대신 산업은행을 협정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혀 이른바 주고받기식 협상에서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을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은 시티은행 등 국내진출 외국계 은행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항으로 금융감독원은 금융전산망의 안정성 확보와 금융거래 정보의 해외유출 방지를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월 대만 지진 당시 씨티은행은 주요 전산시스템이 싱가포르 센터에 있어 네트워크 단절로 인터넷뱅킹, 창구거래 등 은행 거래가 완전 정지됨에 따라 큰 피해를 발생시킨 바 있다.

 씨티은행은 올해 단계적으로 모든 장비를 국내로 이전할 계획이나 FTA 협상에서 해외이전이 허용되면 현재와 같은 전산시스템 운용에 문제가 없어진다.

 한 전문가는 “해외 전산센터와 연결된 네트워크가 2중, 3중화 구축되더라도 재난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 간 네트워크는 공용망을 임차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보보호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은 또 국내 금융사의 전산센터 해외이전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연간 2∼3조원 규모의 금융IT 시장의 축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은행이 콜센터를 중국 옌볜으로 이전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좌초된 바 있으며 국내 은행의 전산투자 부문을 인도·중국 등으로 아웃소싱하려는 시도도 금융정보 해외이전 금지조항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에 이전이 허용된다면 국내 IT시장 축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협상에서 영화나 음악 등 디지털제품을 온라인으로 전송할 때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 전자상거래 분야 협상이 타결돼 협상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사실상의 합의사항이 도출됐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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