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비 카드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으나, 과중한 카드 수수료율과 과제수행기관에 수수료 떠넘기기 등의 폐해로 국가 R&D 비용의 손실이 불필요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10월부터 연구비 카드 사용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캐시백 국고납입제도 시행과 함께 R&D 예산 가운데 기존 계좌이체와 병행해 사용토록 한 직접비를 모두 카드로만 결제하도록 관련 규정을 확대했다. 이 같은 직접비는 연구기자재 및 시설비, 재료 및 전산처리·관리, 시제품 제작 등과 관련된 예산으로, 연간 국가 전체 R&D 비용 9조 7000억원의 50∼7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의 이러한 제도 시행 후 R&D 사업 수행 업체들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항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수수료율 1.6%를 적용할 경우 연간 700억원대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연구비 카드 사용에 따른 ‘캐시백 국고납입제도’를 시행하자 일부 카드사가 국고로 환수되는 0.7%의 카드 사용 수수료율을 과제 수행 기관에 떠넘겨 해당 기업들이 다른 카드사업자와 형평성에서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중기청과 부품소재평가원 등의 과제비용 카드 처리를 맡고 있는 기업은행은 현행 1.5%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정통부의 연구비카드 사업자인 LG카드는 기존 1.5%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캐시백 0.7%를 얹은 2.2%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이러한 수수료율 부담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 살림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 벤처기업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경기 어려움으로 인해 대부분 기업의 당기 순이익률이 3.0%에도 못 미치는데 카드 수수료율이 2.2%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카드 수수료율만큼 실질적인 R&D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비카드 사업자별 들쭉날쭉한 카드 수수료율도 업체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과제를 발주하는 과학기술계 연구소들의 처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원가에서 수수료율만큼 발생하는 비용을 업체들이 과제 예산에 전가하게 되면 자칫 장기적으로는 국가 R&D 예산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R&D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확대한 것”이라며 “고가 연구장비 외에는 수수료율이 높지 않아 다른 항목에서 업체들의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고, 대부분의 발주가 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전=박희범·신선미기자@전자신문,hbpark·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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