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글로벌 브랜드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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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빅3’ PC업체인 레노버 그룹이 미국 PC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전체 매출과 순익은 꾸준히 상승하지만 대부분을 텃밭인 중국에서 올려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반면 전 세계 PC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이 갈수록 추락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레노버는 4분기 실적 결과, 순이익이 5770만달러로 전년 동기 4700만달러보다 23%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순이익 급증 배경은 인력 감축과 중국 시장의 점유율 확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 세계 PC시장의 3분의1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성적표는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2년 전 IBM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PC업체로 새롭게 출범한 레노버는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이 ‘3.9%’에 그쳤다. 매출도 1년 전 12억달러에서 지난해 10억달러로 추락했다. 급기야 지난 달 말 미주 지역 책임자였던 스콧 스미스 부사장까지 경질된 상태다.

 레노버는 결국 중국에서 지난 분기 판매 대수 기준으로 17% 가까이 성장하면서 델· HP 등을 큰 폭으로 따돌리는데 만족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IBM PC사업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던 중국 레노버의 야망이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전 세계 지역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클 뿐더러 상징성이 강한 미국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기 때문. 사실 IBM이 PC부문을 매각하기 전까지 미국은 IBM 독무대였다. 잘 나가던 당시, IBM은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올려 놨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3.9%에 만족하고 있다.

 레노버의 참패는 우선 취약한 유통망에서 찾을 수 있다. 레노버는 중국 전역에 5000개의 탄탄한 소매 유통점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기업 시장 중심으로 구축된 IBM ‘씽크패드’ 유통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브랜드 면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레노버는 2010년까지 ‘씽크패드’ 브랜드 사용 권한을 가졌지만 여전히 자체 브랜드와 ‘씽크패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인력 면에서도 일부 ‘물갈이’가 이뤄졌지만 기업 비즈니스에 익숙한 IBM 멤버가 사실상 레노버를 좌우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노버 미래도 ‘가시밭길’이다. 강력한 경쟁 상대의 하나인 델은 마이클 델이 다시 CEO로 복귀하면서 공격 경영에 기치를 내건 상태다. 문화와 사업 기반이 비슷한 ‘넘버4’ 에이서도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레노버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레노버도 미국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저가 라인업을 구축하고 NBA 후원사로 나섰지만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는 “이름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회사를 바꾸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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