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2차전지]기고-차세대전지 산업의 육성이 왜 필요한가?

◆오승모 차세대전지성장동력사업단장

 70년대만 하더라도 전화가 귀해 친구와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편지를 띄우거나 집으로 방문하곤 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외국에 있는 친구라도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다. 휴대폰이 보편화된 배경에는 통신기술의 발전이 일등 공신이지만 리튬 2차전지의 공로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전지는 약 200년 전 이탈리아의 볼타(Volta)에 의해 처음으로 발명됐으며 이후 여러 종류의 1차전지와 2차전지가 상품화됐다. 2차전지 중 리튬 2차전지는 전압·출력·에너지·수명 등에서 다른 2차전지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리튬 2차전지 시장은 휴대폰이나 노트북PC 등에 필요한 소형전지에 국한됐으나, 2005년 전동공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서 중대형 시장으로의 확대 가능성이 확인됐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와 지능형 로봇산업이 태동함에 따라 중대형 전지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는 종류와 특성도 다양하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나 지능형 로봇에 사용될 전지는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이 필요해 고출력 특성을 지녀야 하며 동시에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휴대폰용 전지와 전기자동차용 전지는 사용하는 부품소재·전지 설계방법 등이 다르다. 한편 유비퀴터스 센서에 사용될 초소형 전지는 박막 형태나 칩 형태를 지니면서 오랫동안 미량의 전류를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의료용에는 생체에 적합하고 신뢰성이 높은 전지가, 군사용에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한 전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1999년부터 리튬 2차전지가 생산된 이래 2006년에는 세계 시장의 26%를 점유하는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 성장 배경에는 국내 기업에서의 많은 투자와 시기적절한 마케팅 전략, 산·학·연 공동 연구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전지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국내 전지 관련 부품소재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국내 기업의 전지 양산기술은 일본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나 부품소재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소재기업 수가 일본이 27개, 중국이 6개인 데 비해 한국은 2개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전지의 안전성 확보기술 또한 중요하다. 전기자동차나 지능형 로봇의 전원으로 사용될 전지팩에는 수십 또는 수백 개의 전지가 연결돼 작동하므로 전지 전체를 관리하고 제어하는 기술과 열관리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 제조공정의 개선을 통한 가격경쟁력 강화, 초소형 또는 박막전지 설계, 제조 공정기술 개발 등이 미리 준비해야 할 분야다.

 전지는 일반 부품으로 인식돼 왔다. 휴대폰의 예가 그렇고, 자동차의 시동을 위한 납축전지가 그렇다. 그러나 모바일에너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될 미래사회에서 전지의 역할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접힐 정도의 유연성을 갖는 전지가 개발된다면 입는 컴퓨터와 전자종이 산업이 클 수 있으며, 영하 40도에서도 성능을 발휘하는 전지가 개발된다면 환경문제와 유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가능해진다. 향후 전지의 용량, 출력 특성뿐 아니라 안전성, 수명, 가격, 저온작동 특성, 급속충전 특성, 전지설계의 유연성, 친환경 특성 등에서 기술 발전을 거듭한다면 영화나 소설 속에서 보아왔던 상황들이 속속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국내 전지 관련 산·학·연의 노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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