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지분이 100%인 한국기업?

　‘외국본사 지분 100%인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인가?’

　산업자원부는 지난 30일 유럽연합(EU)의 공동연구개발 프로그램 유레카(EUREKA)에 국내업체 3개사가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보도 참고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3개사 가운데 하나인 팻헤머는 핀란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형태로 국내에 법인등록은 돼 있지만 지분 100%를 핀란드 팻헤머 본사가 소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팻헤머가 국내에서 영업을 하면서 핀란드 업체라고 밝히고 있는데 정부가 팻헤머를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산자부는 한국·이스라엘산업연구개발재단을 통해 업체 선정통보를 받았을 뿐 사전에 기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산자부 실무자는 기자의 문의가 있은 후에야 팻헤머의 지분 100%를 핀란드 본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산자부는 자료에서 ‘국내 기업이 유레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로 향후 선진기술을 보유한 EU국가들과의 공동연구개발이 촉진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큰 성과라고 홍보했다. 산자부가 직시한 ‘국내기업’이라는 표현이 국내 법인등록을 한 기업, 한국에 위치한 기업을 포함할 수 있지만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산자부는 또 유레카 인증 획득기업에 최대 3년간 연 3억원 한도에서 연구개발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실상 핀란드 기업이 EU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한국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됐다.

　산자부는 팻헤머(한국법인)가 한국에서 세금을 내는 기업으로 지원 자체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다국적 기업에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까지 다국적 기업을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치켜세우며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할지는 의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팻헤머에 대한 지원은 문제가 없지만 사전에 선정업체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은 인정한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경우에 대비, 심사·평가과정 등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정책팀 seung@